이정후 시즌아웃, 10일 IL 등재 이유 (사타구니 타박상)
자기가 친 공에 맞아서 시즌이 끝나는 일, 겪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야구에선 종종 있는 일인데 이번엔 하필 이정후 선수였습니다.
9월 21일 다저스전 6회초, 우전 안타를 치는 바로 그 순간에 파울 타구가 오른쪽 사타구니를 정타로 때렸거든요.
그리고 하루 뒤 구단은 10일짜리 부상자 명단 등재를 발표했습니다.
잔여 6경기, 즉 사실상 시즌 아웃입니다.
일단 지금 상황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렇습니다.
이정후 선수는 자신이 친 파울 타구에 사타구니를 맞아 1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팀의 잔여 경기가 6경기뿐이라 복귀 없이 2026시즌을 마쳤습니다.
기록은 143경기 타율 0.276, 10홈런 57타점 12도루로 멈췄고요.
그리고 이 숫자에는 꽤 의미 있는 게 하나 숨어 있습니다.

확정된 사실과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을 먼저 갈라놓고 가겠습니다.
속보가 쏟아진 이슈일수록 이 구분이 제일 먼저 흐려지더라고요.
- 사타구니 타박상으로 10일 부상자 명단(IL) 등재 샌프란시스코 구단이 9월 22일 오전(한국시간) 공식 발표했습니다.
- 2026시즌 최종 성적 143경기 타율 0.276, 10홈런 57타점 12도루 9월 21일 다저스전이 마지막 출전 경기로 확정됐습니다.
- 정밀검진에서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음 데일리스포츠한국·뉴스핌 등이 단순 타박상으로 전했습니다.
- 정규시즌 잔여 6경기 소화 불가 IL 최소 등재 기간이 남은 일정보다 길어 복귀 없이 시즌이 끝납니다. 다만 마지막 다저스 3연전 종료일은 매체마다 27일·28일로 표기가 엇갈립니다.
- 수술 여부와 회복 일정 현재까지 어느 매체도 수술이나 장기 재활 필요성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구체적 회복 일정 역시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보시다시피 확정된 건 "다쳤고, IL 갔고, 시즌 끝났다"까지입니다.
그 뒤로 붙는 이야기들은 아직 전부 관측 영역이에요.
6회초 그 한 타석에서 벌어진 일
그날 이정후 선수는 2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습니다.
1회 유격수 뜬공, 3회 볼넷, 그리고 6회초 세 번째 타석.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104.4마일짜리 우전 안타를 만들어냈는데, 문제는 그 직전이었습니다.
자기가 친 파울 타구가 오른쪽 사타구니를 정통으로 때렸거든요.
여기서 놀라운 건 그 다음입니다.
그 몸으로 6회말 수비까지 그대로 나갔어요.
7회말 수비 직전에야 드류 길버트와 교체됐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대목에서 잠깐 화면을 멈췄습니다. 이 선수 진짜 안 빠지네, 싶어서요.

경기 후 토니 바이텔로 감독의 설명은 담백했습니다.
"이정후가 파울 타구에 사타구니를 맞아 타박상을 입었다."
"파울 타구를 민감한 부위에 맞았다. 몸 중심부의 부상은 스윙과 달리기 등 여러 동작에 영향을 줄 수 있다."
— 토니 바이텔로 감독
현지 취재진 사이에서도 반응은 비슷했습니다.
머큐리 뉴스의 저스티스 델로스 산토스 기자는 SNS에 "좋지 않은 곳에 타구를 맞았다"고만 적었어요.
야구 좀 본 분들은 이 짧은 문장이 뭘 뜻하는지 아실 겁니다.
그래서 이 시즌아웃, 진짜 이유는
여기서 한 번 정리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단순 타박상인데 왜 시즌 전체를 접었느냐는 게 이 이슈의 핵심 질문이거든요.
이유는 크게 세 갈래로 묶입니다.
- 부위가 하필 코어였습니다. 바이텔로 감독이 직접 말했듯 몸 중심부 부상은 스윙과 주루 같은 거의 모든 동작에 영향을 줍니다. 손목이나 발목처럼 한 동작만 막는 부위가 아니라는 뜻이에요.
- 남은 경기가 IL 기간보다 짧았습니다. IL 최소 등재 기간은 10일인데 팀 잔여 경기는 6경기뿐이었습니다. 등재하는 순간 복귀할 경기 자체가 사라지는 구조였던 거죠.
- 포스트시즌이 이미 좌절됐습니다. 팀은 64승 92패(승률 0.410)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 가을야구는 진작에 물 건너간 상태였고요. 마이데일리·뉴스핌 등은 이 상황에서 무리하게 출전시킬 필요가 없어 선수 보호 차원의 결정으로 봤다고 해석했습니다.
실제로 바이텔로 감독은 "포스트시즌 경쟁 중이었다면 결정이 달라졌겠느냐"는 질문엔 답변을 피했습니다.
이 침묵만으로 결정 이유를 단정하긴 어렵지만, 앞선 세 가지 조건이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던 건 분명해 보입니다.
사실 재미있는 건 그 사이에 작은 반전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부상 직후 분위기는 시즌이 끝날 정도는 아니었고, 이정후 선수 본인도 "괜찮다"며 미네소타전 대타 출전 의사를 밝혔다고 해요.
그런데 구단 미팅을 거친 뒤 IL 통보가 내려왔습니다.
본인 의사보다 구단 판단이 앞선 케이스였던 셈이죠.

숫자로 보는 2026시즌, 조용히 좋아진 것들
부상 소식에 가려져서 그렇지 이번 시즌 성적표는 꽤 볼 만합니다.
2025년과 나란히 놓으면 뭐가 달라졌는지 바로 보이더라고요.
| 항목 | 2025시즌 | 2026시즌 |
|---|---|---|
| 경기 | 150 | 143 |
| 타율 | 0.266 | 0.276 |
| 안타 | 149 (560타수) | 149 (539타수) |
| 홈런 | 8 | 10 |
| 타점 | 55 | 57 |
| 도루 | 10 | 12 |
| 삼진 | 71 | 57 |
| OPS | 0.734 | 0.724 |
안타 수가 149개로 똑같습니다.
그런데 2025년엔 150경기 560타수가 필요했고, 2026년엔 143경기 539타수 만에 찍었어요.
더 적게 나가서 같은 안타를 쳤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삼진이 71개에서 57개로 줄었는데 홈런은 8개에서 10개로 늘었습니다.
보통 장타를 늘리려면 스윙이 커지고 삼진이 따라 늘거든요.
그런데 이정후 선수는 콘택트 능력을 그대로 유지한 채 장타를 얹었습니다.
이게 이번 시즌 스탯에서 제일 조용하지만 제일 중요한 대목이에요.

다만 OPS는 0.734에서 0.724로 살짝 내려갔습니다.
출루율 0.320이 발목을 잡았어요.
그리고 이 숫자 뒤엔 우리가 다들 아는 후반기 이야기가 있습니다.
6월엔 타격왕 얘기가 나왔는데
4월 중순 한때 타율이 0.143까지 떨어졌던 거 기억하시나요.
그때 분위기 정말 안 좋았죠.
그런데 볼티모어전을 기점으로 살아나더니 6월엔 월간 타율 0.340을 찍었습니다.
오토 로페즈와 내셔널리그 타격왕 경쟁을 하고, 2004년 배리 본즈 이후 끊겼던 샌프란시스코 좌타자 3할 타율 얘기까지 나왔어요.
그리고 7월부터 무너졌습니다.
7월 0.244, 8월 0.245, 9월은 0.160~0.188 수준.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타율이 0.236까지 내려갔습니다.
체력 저하 요인이 언급됐는데, 하필 그 시점에 팀도 같이 무너지고 있었거든요.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루이스 아라에즈가 필라델피아로, 헬리엇 라모스가 양키스로, 패트릭 베일리가 클리블랜드로 떠났습니다.
팀이 사실상 시즌을 접고 리빌딩 모드로 전환한 시기와 이정후 선수의 타격 부진 시기가 정확히 겹칩니다.
인과관계를 단정할 순 없지만, 라인업에서 앞뒤로 받쳐주던 타자들이 통째로 사라진 타석이 편할 리는 없었겠죠.

10-10, 이게 왜 대단하냐면
부상 이틀 전인 9월 19일, 같은 다저스를 상대로 이정후 선수는 타일러 글래스노우의 81.5마일 너클커브를 받아쳐 시즌 10호 솔로 홈런을 쳤습니다.
MLB 진출 후 첫 두 자릿수 홈런이었어요.
이미 12도루를 갖고 있었으니 그 순간 한 시즌 10홈런-10도루가 완성됐습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 10-10 클럽에 들어간 선수는 지금까지 딱 셋입니다.
추신수, 김하성, 그리고 이정후.
그중 20-20까지 간 건 추신수 선수 한 명뿐이고요.
범위를 좀 넓혀보면 한국인 타자가 메이저리그 단일시즌에서 두 자릿수 홈런을 친 건 이번이 여덟 번째입니다.
최희섭(2004) → 추신수(2008) → 강정호(2015) → 이대호(2016) → 박병호(2016) → 최지만(2018) → 김하성(2022) → 이정후(2026).
22년 동안 여덟 번이면 대략 3년에 한 번꼴이에요.
이렇게 놓고 보니 생각보다 훨씬 희소한 기록이더라고요.
통산 홈런으로 줄을 세우면 추신수(218) · 최지만(67) · 김하성(52) · 강정호(46) · 최희섭(40)에 이어 이정후 선수가 한국인 역대 6위입니다.
3시즌 통산 20홈런으로 6위라는 건, 앞으로 계약이 3년 더 남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순위가 더 올라갈 여지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그럼 다음은 20-20이냐.
미주중앙일보는 홈런 당시 기사 제목을 "언젠가 20-20도 할 수 있을까"로 뽑았지만, 스포티비뉴스 등은 "이정후는 홈런을 많이 치는 유형이 아니라 20홈런 달성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신중론도 함께 전했습니다.
10홈런에 2년이 걸린 걸 생각하면 후자가 현실적이긴 합니다.
다만 삼진을 줄이면서 홈런을 늘린 이번 시즌의 방향성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예요.

WAR 수치가 3.5인데 1.1이기도 한 이유
스탯 얘기 나온 김에 하나만 더 짚겠습니다.
이번 시즌 이정후 선수의 WAR는 팬그래프스 기준 fWAR 3.5, 베이스볼레퍼런스 기준 bWAR 1.1입니다.
같은 선수 같은 시즌인데 숫자가 3배 넘게 차이 나요.
처음 보시면 오타인가 싶을 정도죠.
이건 두 기관의 산정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특히 수비 기여도를 어떤 지표로 계산하느냐에서 갈리는데, 팬그래프스와 베이스볼레퍼런스는 서로 다른 수비 지표 체계를 씁니다.
즉 두 숫자의 격차는 평가 기관별 수비 지표 산정 방식 차이에서 나온 것이고, 어느 한쪽이 틀렸다기보다 측정 도구가 다른 겁니다.
팀 구조에서 이정후가 서 있던 자리
이번 시즌 이정후 선수는 중견수에서 우익수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구단이 밝힌 이유는 수비 부담을 줄이고 타격 생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였어요.
2025시즌 중견수 수비 편차 지적이 있었고, 무엇보다 2024년 데뷔 시즌을 어깨 부상으로 통째로 날린 전력이 있었으니까요.
쉽게 말해 보호받아야 할 선수로 분류됐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시즌이 흘러가면서 팀 상황이 이상해졌습니다.
3월 25일 양키스전 개막전에 선발 출전했던 야수가 라파엘 데버스, 윌리 아다메스, 로건 웹, 맷 채프먼, 해리슨 베이더, 케이시 슈미트, 루이스 아라에즈, 헬리엇 라모스, 패트릭 베일리, 그리고 이정후였는데요.
데버스는 코어 근육 부상으로 60일 IL, 웹은 손가락 물집으로 시즌 마감, 아다메스는 팔꿈치 염좌, 채프먼과 베이더와 슈미트도 부상, 아라에즈·라모스·베일리는 트레이드로 이탈했습니다.
브라이스 엘드리지는 뇌진탕까지 겹쳤고요.
그러니까 이정후 선수는 시즌 막판까지 남은 개막전 라인업의 마지막 생존자였습니다.
그리고 9월 21일, 그 마지막 한 명마저 빠졌습니다.
일본 매체 스포니치 아넥스는 이 상황을 "개막전 선발 전원이 사라지는 이상 사태가 벌어졌다"고 표현했어요.
여기서 팀 구조상의 아이러니가 드러납니다.
시즌 전엔 부담을 덜어주려고 코너 외야로 옮긴 선수였는데, 정작 시즌 내내 라인업에 남아 팀을 떠받치고 있던 사람이 그 선수였던 거예요.
보호 대상으로 설계된 자리에 팀의 마지막 기둥이 서 있었던 셈입니다.
물론 이건 전술적 재배치라기보다 인적 구조가 붕괴하면서 생긴 결과에 가깝고, 우익수 전향 자체가 타순이나 외야 조합의 대대적 개편으로 이어졌다는 보도는 없습니다.
다만 IL 등재 결정을 이해하려면 이 그림이 필요하긴 합니다.
가을야구가 없는 팀에서, 마지막 남은 야수를 코어 부상 상태로 6경기 더 세우는 선택지가 매력적일 리 없으니까요.

덧붙이면 구단 분위기 자체도 무겁습니다.
40년 넘게 중계를 맡아온 캐스터 듀에인 카이퍼(76)가 후두암 투병 사실을 공개했고, 해설위원 마이크 크루코는 퇴행성 질환으로 은퇴를 앞두고 있거든요.
선수도 중계진도 하나씩 마이크를 내려놓는 시즌이었습니다.
그래서 내년은 어떻게 되나
지금 확인된 것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진단은 단순 사타구니 타박상이고, 정밀검진에서 큰 이상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수술이나 장기 재활이 필요하다는 보도는 어느 매체에서도 나오지 않았고요.
다만 구체적인 회복 일정이 아직 발표되지 않아 내년 스프링캠프 참가 여부는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계약은 2024년 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로, 3시즌을 소화했으니 3년이 남았습니다.
데일리스포츠한국은 이정후 선수가 내년 시즌을 목표로 다시 준비에 나설 전망이라고 전했어요.
말 그대로 '전망'이고, 그 이상은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을 정리하며 자꾸 떠오르는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6월에 나왔던 그 '슈퍼캐치'요.
펜스 충돌을 피하려고 몸을 회전시키면서 잡아낸 그 플레이를 두고 현지 매체 맥코비 크로니클이 이렇게 썼거든요.
2년 전 부상의 아픔이 있으니 질주를 멈췄어도, 또 다른 시즌아웃 부상을 우려해 멈췄어도 팬들이 비판하지 않았을 거라고요.
그런데 안 멈췄죠.
그렇게 안 멈추는 선수가 결국 자기가 친 공에 맞아서 시즌을 끝냈습니다.
야구라는 종목이 가끔 참 얄궂습니다.
143경기 타율 0.276, 10홈런 57타점 12도루.
한국인 역대 세 번째 10-10.
3할은 놓쳤고 완주도 못 했지만, 삼진을 줄이면서 장타를 늘린 시즌이었다는 건 남습니다.

여러분은 이번 시즌 이정후 선수한테 몇 점 주시겠어요.
저는 부상만 아니었으면이라는 가정법을 이 선수한테 3년째 쓰고 있는 게 좀 답답하긴 합니다.
그리고 내년, 20-20까지 갈 수 있을 거라고 보시나요.
홈런 10개에서 20개는 생각보다 먼 거리인데, 이번 시즌 삼진 감소 추세를 보면 또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확정되면 이어서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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