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시즌 10호 홈런, 한국인 8번째 두 자릿수 달성
어제 아침 타임라인이 이정후 홈런 영상으로 도배됐더라고요.
다저스타디움 원정, 2회초 선두타자, 상대는 시즌 내내 커브로 타자들 방망이 헛돌린 타일러 글래스노우.
그 커브를 우중간 담장 밖으로 넘겨버렸습니다.
시즌 10호이자 MLB 3년 만의 첫 두 자릿수 홈런, 그리고 10홈런-10도루.
그런데 같은 날 미국 매체는 이 선수를 로스터에서 빼라고 쓰고 있었어요.
아니 근데, 이게 왜 39일 만이죠
한국시간 9월 19일 아침, 커뮤니티랑 타임라인이 같은 영상으로 덮였어요.
이정후가 다저스타디움에서 담장을 넘기는 그 장면이요.
축하 반응이랑 "이제 겨우 10개?" 반응이 나란히 달려 있는 게 좀 웃펐습니다.
둘 다 맞는 말이라 더 그래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이정후가 시즌 10호 홈런을 치면서 MLB 진출 3년 만에 첫 두 자릿수 홈런, 그리고 10홈런-10도루를 동시에 달성했습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은 통산 8번째, 10-10은 추신수·김하성에 이어 3번째예요.
그런데 팀은 2-8로 졌고, 바로 전날 미국 매체는 이 선수를 로스터에서 빼자고 썼습니다.
같은 주에 이 두 가지가 동시에 벌어진 거죠.
2회초 그 커브, 진짜 제대로 걷어냈어요
상황부터 보면 팀이 0-1로 끌려가던 2회초, 이정후가 선두타자로 나왔습니다.
상대는 다저스 선발 타일러 글래스노우.
보도에 따르면 이날 경기 전까지 글래스노우가 너클 커브 하나로만 헛스윙 5개를 뽑아내고 있었어요.
그 공을 2B-2S에서 5구째로 받았고, 넘겼습니다.

스탯캐스트 수치가 꽤 예쁘게 나왔더라고요.
구속 81.5마일(약 131km) 너클 커브, 발사각 33도, 타구속도 97.7마일, 비거리 377피트(약 120m).
우중간 담장을 넘긴 동점 솔로포였어요.
참고로 글래스노우는 이날 6이닝 3피안타 10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5승을 챙겼는데, 이정후의 홈런이 그가 허용한 유일한 장타였습니다.
10탈삼진 짜리 투수한테서 뽑아낸 한 방이면, 운으로 넘긴 건 아니라는 뜻이죠.

다만 나머지 타석은 아쉬웠어요.
3회초에는 2사 1,2루 찬스에서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고, 6회초에도 우익수 뜬공이었습니다(이 타석은 매체에 따라 1사 2루에서 주자를 진루시킨 뜬공으로 서술되기도 합니다).
9회초에는 부상자명단에서 돌아온 에드윈 디아즈를 상대로 2B1S에서 96.1마일 포심을 건드려 3루수 파울플라이.
최종 4타수 1안타 1홈런 1타점 1득점이었어요.

팀은 8회말에 무너졌습니다, 25년 만의 기록으로
경기 자체는 이정후 홈런이 묻힐 만큼 험했습니다.
3회초 조나 콕스의 적시타로 2-1 역전까지 갔는데, 5회말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에게 동점을 내줬고 6회말엔 제이슨 폴리가 조슈에 데파울라에게 역전 2루타를 맞았어요.
여기까진 그냥 흔한 접전이었죠.
문제는 8회말.
필립 애브너가 맥스 먼시-카일 터커에게 백투백 홈런을 맞고, 이어 무키 베츠-윌 스미스에게 또 백투백을 맞았습니다.
한 이닝에 홈런 4방, 5실점.
샌프란시스코 투수가 한 경기에서 4피홈런을 허용한 건 2001년 앨런 엠브리 이후 25년 만이라고 하네요.
최종 스코어 2-8, 시즌 64승 90패로 NL 서부지구 4위입니다.
같은 날 다저스는 이미 지구 우승을 확정한 상태(94승 60패)였고요.

참고로 같은 날 다른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은 이랬어요.
김하성은 애틀랜타에서 결장했는데, 팀이 휴스턴을 6-2로 꺾고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습니다.
송성문도 샌디에이고에서 벤치를 지켰고, 팀은 마이애미를 8-2로 잡고 3연승.
혼자 홈런 치고 혼자 진 셈이라 좀 얄궂죠.

중견수에서 우익수로, 그리고 4번 타자로 — 팀이 이 선수를 어디에 쓰고 있나
이 홈런을 그냥 "10개 채웠네"로 넘기면 절반만 본 겁니다.
이정후가 이날 나선 자리는 4번 타자 우익수였어요.
이 두 단어에 샌프란시스코가 이 선수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가 다 들어 있습니다.
출발점은 2024년 데뷔 시즌 부상이에요.
중견수로 뛰다 펜스에 부딪히며 왼쪽 어깨가 탈구됐고, 그 시즌을 조기에 접었습니다.
그 뒤로 담장 앞 플레이가 소극적으로 변했다는 지적이 계속 따라붙었고, 실제로 9월 14일 샌디에이고전에서 담장 앞 점프 캐치를 놓친 장면(기대타율 0.120짜리 타구)이 또 도마에 올랐죠.
현지 SNS에서는 "이정후는 그 타구를 잡았어야 했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그래서 2026시즌엔 아예 우익수로 옮겼어요.
중견수의 넓은 수비 범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 + 송구 능력은 살리자는 계산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좀 묘해집니다.
우익수로 옮긴 뒤에도 OAA -5, 리그 하위 9%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거든요.
수비 부담을 줄여주려고 옮겼는데 그 자리에서도 지표가 안 나온 거죠.
그럼에도 4번에 세운다는 건, 구단이 이 선수를 수비로 지키는 카드가 아니라 방망이로 밀어붙이는 카드로 분류했다는 뜻입니다.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70억 원) 계약의 근거가 애초에 타격이었으니 당연한 수순이긴 해요.
문제는 그 방망이가 시즌 후반에 식었다는 거고, 그래서 "수비도 안 되고 타격도 안 되면 자리가 어디냐"는 질문이 미국 쪽에서 먼저 나온 겁니다.
이번 10호 홈런은 그 질문에 대한, 조금 늦었지만 확실한 대답 한 방이었어요.

여기서 짚고 갑시다 — 8번째냐 7번째냐
기록 얘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
매체마다 숫자가 다르게 나와서 헷갈리셨을 텐데, 확인해보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뉴스1·스포츠조선·스타뉴스 등 대다수 매체는 이정후가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 8번째라고 썼어요.
앞선 7명은 최희섭(2004·15개), 추신수(2009·20개), 강정호(2015·15개), 이대호(2016·14개), 박병호(2016·12개), 최지만(2018·10개), 김하성(2022·11개)입니다.
그런데 스포티비뉴스는 "추신수, 강정호, 최희섭, 최지만, 이대호, 박병호 등 6명"이라고만 적었어요.
김하성이 빠진 겁니다.
김하성을 포함한 8번째가 다수설로 보는 게 맞습니다.
10홈런-10도루 쪽은 깔끔해요.
홈런 이전에 이미 도루 12개를 기록 중이었으니 10호가 나오는 순간 자동 성립.
추신수, 김하성에 이어 한국인 통산 3번째입니다.
그리고 본인 기준으로는 2024년 2홈런 → 2025년 8홈런 → 2026년 10홈런.
3년 연속 우상향인 건 팩트예요.

확정된 것과, 아직 '설'인 것
이 이슈가 유독 시끄러운 이유는 사실과 관측이 섞여서 돌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한 번 갈라놓겠습니다.
- 시즌 10호 홈런·10홈런-10도루 달성 9월 19일(한국시간) 다저스전 2회초, 경기 기록으로 확정
- 2026시즌 누적 타율 0.274, 146안타, 10홈런, 12도루 홈런 시점 기준 다수 매체 공통 보도(타수는 532 또는 533으로 매체 간 1개 차이)
- 2024년 6년 1억 1,300만 달러 계약 포스팅으로 샌프란시스코 입단, 아시아 야수 포스팅 최고액
- "이정후를 로스터에서 제외하라"는 주장 9월 18일 미국 매체 SB네이션 칼럼 — 구단 입장이 아니라 매체 관측
- 뉴욕 양키스 관심설 등 트레이드설 7월 말 보도된 '설' 단계, 구단 공식 발표 없음
특히 SB네이션 건은 제목만 보고 놀란 분들이 많았을 텐데, 내용을 읽어보면 그쪽도 결론이 애매해요.
같은 칼럼이 "이정후 같은 선수를 트레이드하는 건 쉽지 않다, 그는 여전히 관중을 끌어모으는 카드"라고 인정하거든요.
비판은 세게 하고 대안은 없다.
이런 거 진짜 얄미워요.

6월엔 타격왕 얘기가 나왔는데, 9월엔 선발 제외였어요
이번 시즌 이정후의 그래프는 심하게 출렁였습니다.
6월 11일 기준 61경기 타율 0.338, 18경기 연속 안타.
마이애미 오토 로페즈와 NL 타격왕 경쟁을 한다는 기사까지 나왔어요.
샌프란시스코에서 규정타석 3할을 친 좌타자가 2004년 배리 본즈가 마지막이라, 그 계보 얘기도 슬슬 돌았고요.
그 뒤가 문제였습니다.
7월 월간 타율 0.244, 8월 0.245로 내려앉았고 시즌 타율은 0.288까지 떨어졌어요.
9월엔 더 심해서 샌디에이고 3연전 13타수 1안타, 월간 타율이 한때 0.140까지 내려갔습니다.
9월 15일 세인트루이스전엔 선발에서 아예 빠졌고요.
6월 이후 75경기 타율이 0.229라는 집계도 있어요.
같은 선수가 맞나 싶은 낙차죠.

그러니까 이번 10호 홈런은 타이밍상 참 절묘한 한 방이었어요.
1할대 슬럼프 한복판에서, 지구 우승 확정팀 원정에서, 10탈삼진 투수한테서.
이래서 야구 못 끊습니다.

남은 경기, 뭘 보면 되나
시즌이 아직 끝난 게 아니라 최종 수치는 더 움직일 수 있어요.
도루는 이미 12개로 두 자릿수를 넘겼고, 홈런이 10개.
타율 0.274를 어디까지 끌어올리거나 지키느냐가 마지막 숙제입니다.
팬 입장에서 체크할 건 세 가지로 정리돼요.
첫째, 9월의 타격 감각이 10호 홈런을 계기로 실제로 돌아오는지.
둘째, 우익수 자리에서 수비 지표가 얼마나 회복되는지 — OAA -10.5라는 숫자가 결국 오프시즌 논의의 출발점이 될 테니까요.
셋째, 팀 차원의 수비 불안(시즌 실책 102개, 리그 1위)이 개인 평가에 얼마나 섞여 들어가는지.
세 번째는 이정후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도 자꾸 그의 이름으로 묶여서 나오더라고요.

결국 남은 경기의 관전 포인트는 방망이 반등과 우익수 수비 지표, 이 두 줄로 좁혀집니다.
10호 홈런은 그 둘 중 하나에 찍힌 첫 번째 긍정 신호였고요.
3년 만의 두 자릿수, 늦었지만 안 온 것보단 훨씬 낫죠.
확정되면 이어서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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