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타율 0.126, 9월 WPA 팀 2위 반전 근황
어제 컵스 원정에서 애틀랜타가 6-3으로 뒤집었는데, 정작 화제의 주인공은 그라운드에 없었어요.
김하성은 벤치에서 그 경기를 지켜봤거든요.
그런데 같은 날 한국 매체들이 들고나온 건 완전히 다른 숫자였습니다.
9월 전반기 14경기 동안 이 팀에서 승리확률을 두 번째로 많이 끌어올린 선수가 김하성이라는 집계였어요.
타율 0.126인 선수가요.
네, 저도 두 번 읽었습니다.

일단 지금 상황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렇습니다.
타율 0.126으로 시즌 내내 방출설까지 돌았던 김하성이, 9월 들어 결정적인 순간마다 한 방씩 보태면서 팀 내 승리확률기여도 2위까지 올라왔고, 포스트시즌 로스터 승선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 이게 전부예요.
여기서 짚을 게 세 가지입니다. 그 숫자가 정확히 뭔지, 어떤 경로로 여기까지 왔는지, 그리고 10월은 어디까지가 확정인지.
"승리기여도 2위"의 정확한 정체
먼저 이 부분을 바로잡고 가야 해요.
많은 곳에서 'WAR 2위'처럼 뭉개서 쓰이고 있는데, OSEN이 애틀랜타 전문매체 '배터리 파워'를 인용해 보도한 원래 내용은 9월 전반기 14경기 한정 팀 내 WPA(승리확률기여도) 2위입니다.
시즌 전체 순위가 아니고, WAR도 아니에요.
1위인 션 머피와 격차는 0.01. 소수점 둘째 자리 싸움이라니까요.
그럼 타율 0.126인 선수가 어떻게 팀 내 상위권에 뜨냐, 여기서 갈립니다.
타율과 WPA는 애초에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는 숫자예요.
타율은 "타석에 백 번 서면 몇 번 치냐"를 묻고, WPA는 "그 한 방이 팀 승리 확률을 몇 퍼센트 올렸냐"를 묻습니다.
9회 2아웃에 나온 안타 하나와 8-0으로 앞선 5회 안타 하나는 타율표에선 똑같이 한 칸이지만, WPA에선 체급이 다르거든요.
그러니까 "김하성이 잘 치기 시작했다"가 아니라, "몇 안 되는 안타가 하필 제일 비싼 순간에 터졌다"가 더 정확한 설명입니다.
파트타임으로 나오는 선수에겐 이게 오히려 최고의 칭찬일 수도 있어요.
대타·대주자 카드의 존재 이유가 정확히 그거니까.

0.068에서 여기까지가 왜 드라마인가
이 반전이 유난히 드라마틱하게 읽히는 건, 출발점이 그냥 부진이 아니라 거의 바닥이었기 때문이에요.
지난겨울 한국에서 오른손 중지 힘줄 파열 부상을 당해 수술과 재활을 거쳤고, 개막 로스터에 이름도 못 올린 채 5월 중순에야 빅리그에 합류했습니다.
1년 2000만 달러 계약서에 잉크도 안 말랐는데 시즌 두 달을 병원에서 보낸 셈이죠.
복귀 직후 타율이 0.053이었어요.
5월 20일 마이애미전에서 4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을 기록하고 나서야 0.087이 됐는데, 이게 시즌 2호 안타이자 마수걸이 타점이었습니다.
5월 하순에 시즌 2호 안타. 문장으로 적어놓으니 더 잔인하네요.

거기다 자리싸움까지 겹쳤습니다.
김하성이 빠진 자리를 마우리시오 두반, 호르헤 마테오, 짐 자비스가 돌아가며 채웠고, 7월 말에는 자비스가 치고 올라오면서 미국 매체 팬사이디드가 "8월이 두 선수 경쟁의 분수령"이라고 짚을 만큼 구도가 팽팽해졌어요.
한때는 사실상 '김하성 무용론'까지 나왔던 시기죠.
8월 하순이 진짜 저점이었습니다.
자비스가 38경기 타율 0.207로 부진해 트리플A로 내려간 그 시점에, 김하성 본인 타율은 0.068 수준.
경쟁자가 먼저 떨어졌는데도 안 웃긴 상황이었고, 지역 언론에선 방출이라는 단어까지 오갔습니다.
솔직히 저도 그때는 시즌 접었다고 봤어요.

그런데 반전의 시작이 하필 LA 다저스전 9회말 2아웃 대타였습니다.
거기서 끝내기 안타가 나왔어요.
각본이 너무 뻔해서 오히려 믿기 힘든 전개인데, 실제로 그렇게 됐습니다.
이후 9월엔 탬파베이전 결승타점, 필라델피아전 동점 적시타에 결승 득점까지 이어졌고, 9월 12일에는 대주자로 들어가 동점 적시타와 끝내기 득점을 만들어냈어요.
최근 15경기 기준으로 보면 타율 0.250, 출루율 0.341까지 올라왔습니다.
시즌 전체는 여전히 46경기 타율 0.126, 출루율 0.224, 0홈런, 9타점, OPS 0.359예요. 여기는 솔직히 변명의 여지가 없고요.
(보도마다 45경기·46경기로 갈리는데 타율은 동일하게 나옵니다. 집계 시점 차이로 보입니다.)

정작 컵스전에는 벤치에 있었어요
그래서 9월 16일 컵스 원정은 좀 아이러니했습니다.
직전 3경기 연속 무안타 여파로 김하성은 선발에서 빠져 벤치에서 경기를 봤어요.
경기는 6회 아쿠냐 주니어 투런포, 7회 알비스 역전 투런포, 9회 볼드윈 쐐기 투런포로 6-3 역전승.
화려하게 뒤집었는데 본인은 관객이었던 거죠.
대신 그날 이 팀 유격수 자리가 어떤 상황인지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선발 유격수로 나선 두반이 4회 더블플레이 상황에서 실책을 저질러 실점을 내줬어요.
타격 수치만 보면 김하성을 안고 갈 이유가 없는데, 구단이 계속 안고 가는 이유가 이런 장면에서 설명됩니다.

기억하시죠, 이 사람 별명이 '어썸킴'이었어요.
샌디에이고 시절 수비로 이름을 알렸고, 2022년 포스트시즌에선 12경기 전 경기 유격수 선발로 나서 103이닝 무실책을 기록했습니다.
2023년에는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도 받았고요.
10월 야구에서 한 이닝 안정적으로 막아주는 내야수의 가치를, 타율 세 자리로는 절대 못 적습니다.

팀 사정도 나쁘지 않아요.
컵스전 승리로 애틀랜타는 89승 63패, 내셔널리그 동부 1위, 2위 필라델피아에 5.5경기 차입니다.
매직넘버는 매체별로 갈립니다. 매일경제는 지구 우승 매직넘버 5, 스포츠조선은 포스트시즌 진출 4→3·지구 우승 7→6으로 적었어요.
기준과 계산 시점이 다르니 숫자만 보고 싸우지 마시고요. 확정 수치는 별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어쨌든 2023년 이후 3년 만의 지구 정상이 눈앞이라는 건 공통입니다.

포스트시즌 로스터, 어디까지가 확정인가
여기가 제일 많이 오해되는 지점이라 확정도별로 갈라서 적어둡니다.
- 2026시즌 1년 2000만 달러 계약, 애틀랜타 소속 계약 조건은 매체 보도로 확인된 사실입니다.
- 9월 15일 로스터 개편에서 김하성 자리는 유지 우완 오웬 머피 콜업, 좌완 베일리 팔터 방출대기 처리 당시 김하성은 로스터에 남았습니다(현지 보도).
- 포스트시즌 로스터는 아직 공식 발표 전 구단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 승선 여부는 확정된 게 아닙니다.
- "로스터 승선 유력" 전망 스포츠ATL토크가 레인 토마스 부상으로 자리가 하나 더 생긴 점과 시즌 막판 클러치 활약을 근거로 내놓은 예측입니다(마이데일리 인용).
- 선발 비중은 전망이 갈림 일부 분석은 두반의 백업으로 제한적 역할을 예상합니다. 확정 아님.
- 와일드카드 라운드 상대는 샌디에이고 예상 스포츠ATL토크 예측이며 대진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전망을 내놓은 쪽 설명은 이렇습니다.
"레인 토마스의 부상으로 추가 자리가 하나 더 생긴데다 김하성이 시즌 막판 승부처마다 클러치를 보여주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냈다. 그는 월트 와이스 감독이 승패가 걸린 순간 벤치에서 언제든 믿고 기용할 수 있는 카드가 됐다. 이는 10월 포스트시즌에서 엄청난 무기가 될 수 있다" — 스포츠ATL토크(마이데일리 인용)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매체의 분석입니다.
김하성 본인이나 월트 와이스 감독의 직접 육성 코멘트는 확인되지 않았어요.
그리고 경쟁도 완전히 끝난 게 아닙니다. 트리플A로 내려간 짐 자비스가 9월 들어 타율 0.277~0.305로 타격감을 회복하면서 콜업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거든요.
여기서 안심하기엔 아직 이른 국면입니다.

커리어 분기점으로 놓고 보면
날짜와 수치만 축약해서, 각 지점이 왜 분기점인지 한 줄로만 남겨봤습니다.
- 2021~2023 샌디에이고 — '어썸킴'이라는 정체성이 만들어진 구간. 이후 모든 평가의 기준선이 여기서 세워졌습니다.
- 2022년 포스트시즌 12경기 103이닝 무실책 — 큰 경기에서 쓸 수 있는 수비수라는 증거. 지금 로스터 논의의 근거로 계속 소환됩니다.
- 2023년 NL 유틸리티 골드글러브 — 포지션 하나가 아니라 내야 전체로 쓰인다는 공인. 백업 카드 가치의 뿌리.
- 2025년 말~2026년 초 오른손 중지 힘줄 파열 수술 — 커리어 곡선이 꺾인 지점. 2026시즌 전체가 여기에 끌려다녔습니다.
- 2026년 8월 하순 타율 0.068·방출설 — 선수로서 최저점. 이 아래는 없었어요.
- 2026년 8월 말 다저스전 9회말 2아웃 대타 끝내기 — 평가가 뒤집힌 단 하나의 타석.
- 2026년 9월 팀 내 WPA 2위·로스터 유지 — 역할이 바뀐 지점. 주전이 아니라 '승부처 카드'로 재정의됐습니다.
이 목록을 위에서 아래로 훑으면 뭐가 보이냐면, 역할의 재정의입니다.
샌디에이고 시절 김하성은 '매일 나오는 수비형 주전'이었어요. 포스트시즌 12경기 전 경기 선발이 그 증거죠.
그런데 2026년 애틀랜타에서 만들어진 건 전혀 다른 카테고리입니다. 46경기 타율 0.126이라는 성적으로는 주전 자리를 주장할 수 없고, 실제로 컵스전에서도 선발에서 빠졌어요.
대신 9회 2아웃 대타, 대주자, 수비 교체 — 승패가 갈리는 몇 분을 맡는 자리에서 값이 매겨졌습니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2026시즌이 끝나면 계약이 만료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매체들은 애틀랜타와의 재계약 가능성을 거의 없다고 보고 있어서, 이번 10월이 브레이브스 유니폼을 입은 마지막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지금 쌓고 있는 기록은 이번 시즌 성적표가 아니라, 다음 계약 협상 테이블에 올릴 자료에 가까워요.

그 자료의 성격도 달라집니다.
타율 0.126은 어떻게 포장해도 타격으로 팔 수 있는 숫자가 아니에요. 대신 남는 건 '내야 전 포지션을 안정적으로 메우고 큰 경기 승부처에서 쓸 수 있는 유틸리티'라는 라인이고, 골드글러브와 무실책 포스트시즌 이력이 그 라인의 과거 근거가 됩니다.
9월의 클러치와 10월에 실제로 뭔가를 보여준다면 여기에 최신 근거가 하나 더 붙는 구조죠.
부상 시즌을 '커리어 하락'이 아니라 '역할 전환'으로 설명할 수 있느냐 — 이번 10월은 거기에 걸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반등의 배경으로 동료 크리스 세일이 김하성의 엄청난 타격 훈련량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이건 세일 본인 인터뷰가 아니라 매체가 전한 서술이라 그대로 인용하긴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5월 복귀부터 9월까지의 곡선만 놓고 보면, 뭔가 붙잡고 버틴 흔적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나올 만하긴 해요.

정리하면 로스터는 아직 발표 전이고, 출전 비중 전망은 매체마다 갈리고, 경쟁자도 아직 대기 중입니다.
확정된 건 '9월 전반기 팀 내 WPA 2위'와 '로스터에 아직 남아 있다'는 두 줄뿐이에요.
그런데 8월에 방출설 듣던 선수 얘기라는 걸 감안하면, 저 두 줄만으로도 충분히 이상한 시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확정되면 이어서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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