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승리는 토요일에" 손흥민 선제골, 결과는 1-1 무승부
일요일 아침에 알람을 맞춰두고 잔 건 오랜만이었습니다.
한국시간 오전 8시 30분 킥오프에, 상대가 하필 밴쿠버였거든요.
커피를 내리다가 전반 37분에 컵을 놓칠 뻔했습니다.
손흥민이 그 경기에서, 그 상대에게, 또 넣었습니다.
그리고 후반에는 그 사람이 나왔죠.
먼저 한 줄로 압축하겠습니다.
손흥민이 전반 37분 선제골로 리그 4경기 연속 득점을 채웠고, 후반 31분 토마스 뮐러가 직접 얻어낸 페널티킥을 넣으면서 밴쿠버와 LAFC가 1-1로 나눠 가졌습니다.
경기 정보만 따로 떼어두면 이렇습니다.
일시는 한국시간 8월 2일 오전 8시 30분, 장소는 밴쿠버 BC플레이스, MLS 19라운드였습니다.
득점은 손흥민(전반 37분, 드니 부앙가 도움)과 뮐러(후반 31분 페널티킥).
경기 전 순위는 밴쿠버가 승점 33에 골득실 +21로 서부 1위, LAFC가 같은 승점 33에 골득실 +15로 2위였고요. 그것도 두 경기를 덜 치른 상태였습니다.
여기에 산호세까지 승점 33이라 사실상 3파전이었어요.

골 장면은 몇 번을 돌려봐도 얄밉게 좋았습니다.
부앙가가 찔러준 공을 수비를 등진 채로 받아서, 그대로 몸을 돌려 오른발로 마무리했거든요.
여기서 웃긴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이 슈팅이 그 시점까지 LAFC의 첫 슈팅이었어요.

전반 슈팅 숫자를 보면 더 그렇습니다.
밴쿠버 9개, LAFC 1개.
그 1개가 골이었습니다.
경기를 지배한 쪽과 앞서간 쪽이 다른, 축구에서 제일 억울한 그림이 전반 내내 이어졌죠.

참고로 이 골에 대한 묘사는 매체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한국일보는 왼발로 볼을 잡은 뒤 오른발로 때렸다고 썼고, slist는 수비를 등진 상태에서의 오른발 터닝 슈팅이라고 적었습니다.
왼발 트래핑이 있었느냐 없었느냐 정도의 차이고, 오른발로 마무리했다는 핵심은 같습니다.

기록 표기도 한 번 정리하고 갈게요.
이번 골로 리그 4경기 연속 득점이고, 7월 30일 올스타전 멀티골까지 합치면 공식전 기준 5경기 연속 득점입니다.
어떤 기사는 "MLS 통산 4호골"이라 쓰고, 어떤 기사는 "5경기 연속골"이라 쓰는데 둘이 싸우는 게 아닙니다. 리그만 세느냐, 올스타전과 컵대회까지 세느냐의 차이거든요.
CONCACAF 챔피언스컵 2골을 더하면 시즌 공식전 통산 6골이 됩니다.

손흥민의 커리어에서 이번 골이 놓인 자리
이 골이 왜 유독 시끄러웠냐면, 상대가 하필 밴쿠버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필 뮐러가 그 유니폼을 입고 있었고요.
둘의 인연은 8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 시점 | 장면 | 이번 건과의 연결 |
|---|---|---|
| 2018년 6월 |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독일전 쐐기골, 한국 2-0 승 | 손흥민-뮐러 서사의 출발점. 지금도 인터뷰마다 소환됩니다 |
| 2025년 11월 | MLS 플레이오프 서부 준결승 밴쿠버전, 후반 멀티골로 2-2 | 승부차기에서 탈락. 이번 경기가 설욕전으로 불린 이유 |
| 2026년 시즌 초반 | 리그 장기 무득점 구간 | 매체·자막마다 13경기와 14경기로 표기가 갈립니다 |
| 7월 18일 | 엘 트라피코, LA 갤럭시전 시즌 리그 첫 골 (3-0 승) | 반등의 시작점 |
| 7월 23일 | 레알 솔트레이크전 1골 1도움 | 연속골 2경기째 |
| 7월 26일 | 캔자스시티전 전반 5분 선제골, 4-0 대승 | 팀 4연승 견인 |
| 7월 30일 | MLS 올스타전 35분 출전 2골, 생애 첫 출전에 MVP | 이날은 뮐러와 같은 팀이었습니다 |
| 8월 2일 | 밴쿠버 원정 선제골, 1-1 무승부 | 리그 4경기 연속골 완성 |
표를 쭉 보면 흐름이 보입니다.
북중미 월드컵 휴식기 전까지 손흥민은 리그에서 한참 침묵했어요.
솔직히 저도 그 구간에 "이제 나이가…" 소리를 두어 번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런데 휴식기 끝나고 돌아온 뒤로는 나온 경기마다 넣고 있습니다.

가장 상징적인 게 캔자스시티전이었습니다.
전반 5분에 선제골을 꽂고 팀은 4-0으로 이겼거든요.
이번 밴쿠버전 선제골까지 붙여놓고 보면, 요즘 이 선수는 경기 초중반에 먼저 찌르는 역할을 다시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후반 31분, 그 사람이 나왔습니다
뮐러가 페널티킥을 직접 얻어냈고, 직접 오른발로 넣었습니다.
1-1.
36살 선수가 자기 손으로 상황을 만들고 자기 발로 마무리하는 걸 보고 있으면 좀 얄밉습니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죠.
다만 이 페널티킥이 어떤 파울로 나왔는지, VAR이 개입했는지는 조사 시점 기준 상세 보도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은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두 사람은 며칠 전만 해도 같은 유니폼을 입고 웃고 있었습니다.
올스타전 직후 인터뷰가 이랬거든요.
뮐러 "손흥민은 바이에른 뮌헨에서 뛸 자격이 충분했다" / "올스타전에서 가장 반가운 선수가 손흥민"
손흥민 "모든 선수가 뮐러와 뛰는 것을 꿈꿀 것" / "뮐러와 함께 있으면 어린아이처럼 신난다"
그리고 맞대결을 앞두고 뮐러 "손흥민이 선수 생활 중 나를 상대로 거둔 승리가 한 번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 손흥민 "두 번째 승리는 이번 토요일에 나올 것" (모두 경기 전 발언)
결과만 놓고 보면 두 번째 승리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둘 다 한 골씩 넣었어요.
이 정도면 시나리오 작가가 일부러 짠 것 같은데, 실제로 벌어졌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제 감상입니다
무승부라서 아무도 확실하게 웃지 못했습니다.
승점 33 동률이던 세 팀 구도가 그대로 유지되는 셈인데, LAFC는 여전히 두 경기를 덜 치렀습니다.
그러니까 이 결과를 손해로 볼지 이득으로 볼지는 남은 두 경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달려 있는 거죠.
다만 최신 순위표가 어떻게 반영됐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 밴쿠버 1-1 LAFC, 손흥민 전반 37분 선제골(부앙가 도움) 8월 2일(한국시간) 경기 종료 후 한국일보·slist 등 리포트
- 뮐러 후반 31분 페널티킥 동점골 한국일보 경기 리포트에 구체적으로 서술
- 손흥민 리그 4경기 연속 득점(7/18·7/23·7/26·8/2) 다수 매체 공통 집계
- 페널티킥 판정 상황·VAR 개입 여부 "직접 얻어냈다"는 표현 외 상세는 미확인
- 경기 후 손흥민·뮐러·감독 코멘트 조사 시점 기준 보도 없음

14경기든 13경기든, 한참을 못 넣던 선수가 넉 달도 안 돼 리그 4경기 연속골로 돌아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복귀 서사의 한가운데에, 지난 가을 자기를 탈락시킨 팀과 8년 전 자기가 무너뜨린 상대가 같이 서 있었고요.
이 이야기는 아직 안 끝났습니다.
다음 경기에서 한 골만 더 나오면 리그 5경기 연속인데, 그때 상대가 누구인지는 일정이 확정되는 대로 다시 적겠습니다.
솔직히 저는, 그 골이 또 이상한 타이밍에 나올 것 같습니다.

확정되면 이어서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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