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이렇게 할걸" 김도영 4안타, 최연소 40홈런 불발 이유
김도영의 최연소 시즌 40홈런은 결국 불발됐어요.
대신 그날 김도영은 4타수 4안타 1볼넷, 다섯 타석 전원 출루를 했고요.
그리고 그가 걸어 나간 자리에서 카스트로가 6타점을 때렸습니다.
KIA는 KT를 8-3으로 잡고 주말 3연전을 싹쓸이했어요.
기록은 놓쳤는데 경기는 다 가져간, 이상하게 개운한 하루였습니다.
홈런은 없었는데, 왜 다들 웃고 있었을까
9월 6일 광주 KT전, 김도영은 4타수 4안타 1볼넷 3득점을 기록했어요.
다섯 타석 전부 나갔습니다. 그런데 홈런은 없었어요.
그래서 이승엽이 1999년에 세운 KBO 역대 최연소 시즌 40홈런(만 22세 11개월 5일)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이날 김도영은 만 22세 11개월 4일. 7일이 리그 휴식일이라 사실상 이날이 마지막 문이었거든요.

보통 이런 날은 분위기가 축 처지잖아요.
근데 아니었어요.
김도영은 4안타를 쳤고, 그가 거르기당한 자리에서 카스트로가 6타점을 몰아쳤고, KIA는 8-3으로 이겨서 주말 3연전을 싹 쓸었습니다.
기록 하나 놓치고 나머지를 다 챙긴 날이었어요.
지금 이 건, 어디까지가 확정일까요
기록 이슈는 "끝난 거야, 아직 남은 거야"가 제일 헷갈리죠.
그래서 확정도 순서대로 갈라놨어요.
- 최연소 시즌 40홈런 경신 불발 — 이승엽 기록 유지 9월 6일 KT전에서 홈런 무산, 7일 휴식일·8일부터 만 22세 11개월 6일이 되어 기회 소멸(위키트리·뉴스1)
- 김도영 9월 6일 KT전 4타수 4안타 1볼넷 3득점 네이버스포츠·한강타임즈·스포츠Q 등 전 매체 수치 일치
- KIA 8-3 승리, KT 3연전 스윕 · 네일 시즌 10승 9월 6일 광주 경기 기록
- 시즌 40홈런·홈런왕 타이틀 도전은 계속 39홈런으로 리그 1위, 잔여 경기에서 유효(단 9월 14일 아시안게임 대표팀 합류로 최소 7경기 결장 예정)
- '최연소' 산정 기준 형평성 논란 날짜 기준과 생후 총일수 기준이 달라진다는 지적이 8월 말 일부 매체(서울신문·데일리안)에서 제기 — 원문 대조가 덜 된 사안이라 확정으로 읽지 마세요

39호에서 멈춘 열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냐면
39호는 8월 26일 광주 롯데전에서 나왔어요.
거기서부터가 문제였습니다.
27일부터 30일까지 예정된 4경기 중 3경기가 우천 취소됐거든요.
타격감이라는 게 냉장고에 넣어두면 보관되는 게 아니잖아요.
겨우 열린 8월 29일 SSG전에서는 3타수 무안타에 볼넷 2개.
연장 10회 1사 3루에서 SSG 문승원이 김도영과 카스트로를 연속으로 고의사구로 걸렀어요.
승부 자체를 안 해주는데 홈런을 어떻게 칩니까.
9월 들어 4경기는 11타수 2안타, 타율 0.182. 대신 볼넷을 6개 골랐습니다.
배트가 죽은 게 아니라, 칠 공이 안 왔던 거예요.

참고로 김도영의 시즌 고의사구는 10개. KBO리그 타자 중 올 시즌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찍었어요.
이건 부진 지표가 아니라 공포 지표입니다.
상대 벤치가 "쟤한테는 안 던진다"고 결정했다는 뜻이니까요.
숫자로 보면 더 얄미운, 이승엽과의 며칠 차이
여기가 이 사건의 핵심이에요.
실력으로 진 게 아니라 달력에 진 거거든요.
2024년의 김도영, 2026년의 김도영, 그리고 1999년의 이승엽을 나란히 놓으면 이게 눈에 확 들어옵니다.
| 구분 | 김도영 2026(9/7 기준) | 김도영 2024 | 이승엽 1999 |
|---|---|---|---|
| 홈런 | 39 (리그 1위) | 38 | 54 |
| 타율 | 0.306 | 0.347 | - |
| 타점 / 득점 | 98 / 103(득점 1위) | 109 / - | - |
| OPS | 1.045 (리그 2위) | 1.067 | - |
| WAR(스탯티즈) | 7.80 (리그 1위) | 8.59 | 8.73 |
| 기록 의미 | 만 23세 이하 단일시즌 홈런 역대 2위 | 역대 최연소 30-30, 정규시즌 MVP | 만 22세 11개월 5일 40홈런(최연소) |
만 23세 이하 단일 시즌 WAR을 보면 1위가 1999년 이승엽(8.73), 2위가 2024년 김도영 본인(8.59), 3위가 지금의 김도영이에요.
이 나이대 세 자리 중 두 자리를 한 선수가 갖고 있다는 얘기죠.
기록을 못 넘은 게 아니라, 넘을 날짜가 며칠 모자랐던 겁니다.

그런데 KIA 입장에선 이게 왜 더 아까운 숫자냐면
40홈런이라는 숫자, KIA 팬한테는 그냥 라운드 넘버가 아니에요.
구단 역사상 한 시즌 40홈런을 친 선수는 1999년 해태 시절 외국인 타자 트레이시 샌더스 딱 한 명입니다.
토종 선수는 아직 없어요.
즉 김도영이 40호를 치면 구단 최초 토종 40홈런, 41호부터는 구단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이에요.
홈런왕 쪽도 마찬가지예요.
KIA 소속 마지막 홈런왕은 2009년 김상현(36홈런). 벌써 17년 전입니다.
리그 전체로 봐도 국내 타자 40홈런은 2018년 김재환(44), 박병호(43), 한유섬(41) 이후 8년째 안 나왔고요.
그러니까 최연소 타이틀은 놓쳤어도 남은 도전은 여전히 큽니다.
이건 아직 안 끝났어요.

본인 입에서 나온 말이 제일 세더라고요
경기 후 인터뷰가 좀 뭉클했어요.
김도영은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다", "의식하지 않는다고 말은 했지만 여러모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날은 마음가짐을 바꿨대요. "내가 왜 좋아하는 야구를 하면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을까" 싶었다고요.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타석에 들어갔더니 4안타가 나왔고, 본인 입에서 나온 말이 이거예요. "진작 이렇게 할걸."
"이번 기회를 통해 왕관의 무게를 견디는 게 아직 나로서는 견딜 힘이 부족하다는 걸 많이 깨달았다. 앞으로 갈 길이 아직 멀다고 느꼈다. 하지만 나에게는 앞으로 쌓아갈 많은 날들과 기록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오늘까지만 아쉬워하고 내일부터는 털어버릴 것" — 김도영, 6일 경기 후
"몇십 년 전의 기록을 꺼낼 수 있었는데 보러 와주신 팬분들께 죄송하다"는 말도 했어요.
죄송할 사람이 아닌데 죄송하다고 하는 게 이 선수 스타일이죠.
동료들 얘기도 했는데, 오히려 의식하지 말라는 말조차 안 하고 자연스럽게 대해준 덕에 멘탈을 잡았다고 하더라고요.
그 클럽하우스 분위기, 좀 부럽습니다.


KT의 계산이 완전히 역풍 맞은 6회
이날의 진짜 명장면은 6회였어요.
KT는 김도영을 자동 고의사구로 걸렀습니다. 그 앞 타석들 흐름 보면 이해는 가요.
문제는 그 다음 타자가 해럴드 카스트로였다는 거죠.
카스트로, 그날 4타수 4안타 6타점 1득점 1도루. 2루타만 3개였어요.
거르고 만난 타자한테 6타점을 헌납한 겁니다.
여러 매체가 "KT에 재앙이 됐다"고 쓴 이유예요.
피하려다 더 큰 걸 밟은 거죠.

카스트로는 이번이 KBO 첫 시즌인데 75경기 타율 0.328, 15홈런, 66타점, OPS 0.926이에요.
시즌 중 부상으로 자리를 위협받았다가 복귀 후 더 잘 치고 있고요.
인터뷰에서 김도영 얘기를 하는 대목이 좋았어요. "가진 게 너무나 뛰어나고 완벽한 선수라서 해줄 게 없었다", "미국에 가서도 큰 스타가 될 선수다"라고 했거든요.
잔류 의사도 밝혔습니다. "남는 쪽으로 생각을 더 하지 않을까 싶다"고요.
다만 이건 선수 개인 발언이고, 구단 재계약 발표는 아직 없어요. 여기 헷갈리시면 안 됩니다.

순위표도 같이 움직였다는 사실
기록에 가려졌는데, 이날 KIA는 실속을 제대로 챙겼어요.
선발 제임스 네일이 6이닝 2실점(2자책)으로 시즌 10승을 채웠고, 팀은 KT를 3연전 내내 눌렀습니다.
KIA는 66승 52패 2무(승률 0.559)로 4위, 3위 LG와 격차를 0.5경기로 좁혔어요.
반대로 KT는 3연패에 빠져 69승 46패 3무가 됐고, 1위 삼성과 1.5경기 차로 벌어졌습니다.
이 3연전 하나로 위아래가 동시에 흔들린 거예요.
같은 날 삼성은 LG를 10-4로 잡고 선두를 지켰고요.

그래서 이제 남은 건 뭐냐면
최연소 타이틀은 끝났습니다. 이건 되돌릴 방법이 없어요.
대신 남은 게 둘이에요. 시즌 40홈런, 그리고 홈런왕.
여기에 변수가 하나 붙습니다. 김도영은 9월 14일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해요.
결승까지 가면 9월 28일 귀국이라, KIA는 그 사이 최소 7경기를 김도영 없이 치릅니다.
본인도 그걸 알아요. 대표팀 가기 전 남은 일주일 동안 자기 역할에 충실하다 보면 40호도 나오고 팀도 이길 거라고 했거든요.
아쉬운 마음은 그날로 끝내겠다고요.
솔직히 저는 이 말이 4안타보다 더 든든했습니다.

기록 하나를 놓치고도 다섯 타석을 다 살아 나간 스물두 살.
이런 선수 시즌을 실시간으로 본다는 게, 생각해보면 꽤 사치스러운 일이에요.
40호는 곧 나옵니다.
확정되면 이어서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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