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40홈런, 최연소 놓친 이유(9월 6일 데드라인)
저는 사실 9월 6일 그 경기를 끝까지 봤어요.
4타수 4안타에 볼넷까지 골라 나가는데 홈런만 안 나오는 그 기묘한 광경, 야구팬이면 다들 아실 거예요.
그날 최연소 기록은 그렇게 날아갔거든요.
그리고 정확히 이틀 뒤, 대구에서 초구를 그냥 담장 밖으로 날려버렸습니다.
기록 부담 내려놓자마자 터진 40호, 이거 좀 웃기지 않나요.

그래서 최연소 기록은 친 거예요, 못 친 거예요?
이 질문이 제일 많더라고요.
정리하면 이겁니다. 최연소 40홈런 기록은 실패, 시즌 40홈런 자체는 달성.
서로 다른 두 사건인데 같은 주에 붙어서 벌어지는 바람에 헷갈리는 거예요.
김도영은 9월 6일 데드라인을 이틀 넘긴 9월 8일 대구 삼성전에서 시즌 40호를 쳤고, 이승엽의 최연소 40홈런(22세 11개월 5일)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대신 타이거즈 구단 역사상 국내 타자 최초 40홈런이라는, 해태 시절까지 통틀어 아무도 못 해본 걸 해냈어요.
1999년 트레이시 샌더스 이후 27년 만의 구단 40홈런이자 KBO 역대 30번째 40홈런 타자입니다.
- 시즌 40호 홈런 달성 2026년 9월 8일 대구 삼성전 6회초, 사토시의 초구 149km/h를 좌월 128m 솔로포로 연결(머니투데이·일간스포츠 보도)
- 최연소 40홈런 경신 불발 KBO가 8월 28일 "기존 등록 생일 기준" 유권해석으로 9월 6일을 데드라인 확정, 당일 광주 KT전 4타수 4안타 무홈런(MBN·스포츠경향)
- 3할-40홈런-100타점-100득점 도전권 8월 26일 기준 타율 0.305, 39홈런, 98타점, 99득점 — 이후 수치는 경기마다 갱신 중
- 50홈런 가능성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로 인한 공백이 변수, 현재까지 구체적 잔여 경기 계산은 확정 보도 없음
4안타를 치고도 아쉬웠던 그날, 대체 뭔 일이 있었나
9월 6일 광주 KT전.
4타수 4안타 1볼넷 3득점, 팀은 8대3 완승에 3연전 스윕.
보통 이런 날은 "오늘 김도영 미쳤다"로 끝나야 정상이잖아요.
근데 그날 광주 팬들 표정은 좀 복잡했어요.
안타 네 개가 전부 단타였거든요.
홈런만 딱 하나 나오면 되는 날에, 야구의 신이 참 짓궂더라고요.

사실 이 실패는 그날 하루의 문제가 아니었어요.
39호를 친 게 8월 26일인데, 그 뒤로 8월 27일, 28일, 30일, 9월 3일 네 차례나 비가 왔습니다.
타석에 설 기회 자체가 사라진 거죠.
홈런을 치려면 일단 배트를 휘두를 자리가 있어야 하는데, 하늘이 그걸 안 줬어요.
두 번째는 상대 배터리의 태도입니다.
스포츠경향 보도를 보면 최근 한 주간 사구 7개, 고의사구 2개, 출루율 0.591이 찍혔어요.
출루율 0.591이 무슨 뜻이냐면, 타석에 나가면 열 번 중 여섯 번은 어떻게든 나갔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게 대부분 볼넷이었다는 게 함정이죠.
중계 카메라가 타석까지 따라다니는 상황에서 투수들이 정면 승부를 피한 거고, 데드라인 경기에서도 6회에 자동 고의사구가 나왔어요.
기록 도전이라는 게 이렇게 잔인합니다. 잘하면 잘할수록 상대가 안 던져줘요.

이틀 뒤 대구에서, 초구를 그냥 넘겨버렸다
여기서부터가 이 이야기의 진짜 맛입니다.
9월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1대4로 끌려가던 6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김도영이 삼성 구원투수 사토시의 초구 149km/h 직구를 그대로 받아쳤어요.
좌익수 뒤 관중석 상단 직격, 비거리 128m.
고민 같은 건 없었습니다. 그냥 초구였어요.

스포츠경향은 이걸 두고 "기록 부담을 지우자마자 바로 홈런포를 작렬했다"고 썼는데, 이보다 정확한 표현이 없더라고요.
지난 2주 동안 온 리그가 이 선수 타석만 쳐다보고 있었잖아요.
그 시선이 사라진 첫 주에 128m가 나왔습니다.
야구가 멘탈 게임이라는 말, 이럴 때 좀 무섭게 들려요.

다이아몬드를 도는 표정이 그날 사진에 다 남았어요.
주먹 쥐고 홈을 밟는 장면, 더그아웃에서 동료들한테 둘러싸여 웃는 장면.
2년을 돌아온 사람의 얼굴이었습니다.


이 서사,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나요
야구팬들이 이번 40홈런에 유독 감정이입하는 이유가 있어요.
김도영이 40이라는 숫자 앞에서 좌절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거든요.
2024년, 그 미친 시즌 기억하시죠.
141경기 타율 0.347에 38홈런, 109타점, 143득점, 40도루.
3할-30-100-100-40이라는 말도 안 되는 라인에 역대 최연소 30-30, 단일시즌 최다 득점(143점)까지.
MVP 득표율 94.06%로 역대 3위, 장타율상·득점상·골든글러브에 팀 통합우승까지 다 쓸어담았어요.
그런데 딱 하나, 홈런 2개가 모자라서 40-40이 무산됐습니다.
그때 시상식에서 본인이 이런 말을 했어요. 못 이뤄서 오히려 뿌듯하다고, 이뤘다면 야구를 너무 쉽게 봤을 것 같다고.
그 말이 2년 뒤에 이렇게 회수될 줄은 몰랐죠.
그리고 그 사이에 2025년이 있었습니다. 햄스트링 부상 세 번, 출전 30경기.
한 시즌을 통째로 날린 사람이 이듬해 40홈런을 쳤어요. 이거 각본이면 좀 뻔하다고 욕먹을 전개인데.

비슷한 조건에서 40홈런을 친 선배들은 그 시즌을 어떻게 끝냈을까
여기가 이 글에서 제일 궁금하실 대목 같아요.
3할-40홈런-100타점-100득점, 이른바 3-40-100-100은 KBO 역대 6명이 11차례만 해낸 기록입니다.
그런데 이 라인을 밟은 시즌들엔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1999년 이승엽 — 최연소 40홈런을 찍고 그 시즌 54홈런, KBO 최초 50홈런 돌파. MVP·홈런왕 석권.
2002·2003년 이승엽 — 3-40-100-100 재현, 2003년엔 아시아 최다 56홈런까지.
2015년 테임즈 — 40-40 달성 시즌, MVP 수상.
2018년 김재환 — 44홈런 133타점으로 MVP.
보이시나요.
이 라인을 밟은 해엔 대부분 MVP나 홈런왕이 따라왔습니다.
물론 이건 "그러니까 김도영도 받는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표본이 열 몇 개밖에 안 되는 기록이라 통계라고 부르기도 민망하고요.
다만 3할 치면서 40홈런을 때리는 시즌 자체가 리그에서 그만큼 압도적이라는 뜻이고, 김도영은 8월 26일 기준으로 타율 0.305, 100타점·100득점 도전권 안에 들어와 있었어요.
그러니까 지금 이 시즌은, 역대 그 열한 번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는 시즌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이승엽이 최연소 40홈런을 친 1999년이 딱 전성기의 시작점이었어요. 그 뒤로 국민타자 소리를 듣기까지 4년이 걸렸고요.
김도영이 최연소 타이틀은 놓쳤어도, 같은 나이대에 같은 숫자를 밟았다는 건 그 자체로 계보에 이름을 올린 셈이죠.

50홈런까지 갈 수 있을까요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지금 단계에서 50홈런은 아무도 장담 못 합니다.
제일 큰 변수는 아시안게임이에요.
9월 중순 이후 대표팀 합류로 리그 경기에 공백이 생기는데, 홈런 10개를 더 치려면 타석 자체가 있어야 하잖아요.
잔여 경기 수와 페이스를 놓고 계산한 확정 보도는 아직 없습니다.
본인 태도도 참 김도영답더라고요.
8월 26일 인터뷰에서 홈런왕 얘기가 나왔을 때 이렇게 말했어요.
내가 할 것만 하고 아시안게임에 가면 된다고,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홈런왕이 안 되면 그냥 그러려니 할 것 같다고.
23살이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요.
최연소 기록에 대해서도 애초에 "욕심이 하나도 없다"고 했어요. 이승엽 선배님 기록인데 그분은 더 대단한 기록을 갖고 계시다고, 자기는 오히려 홈런 개수에 욕심이 생긴다고.
그래놓고 정작 9월 6일 기록이 날아간 날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생전 한 번뿐인 기록이라 아쉽기는 하다고, 2년 전엔 못 할 걸 알고 있었지만 이번엔 날짜가 널널했기 때문에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그러면서도 앞으로 쌓아갈 기록이 많으니 오늘까지만 아쉬워하고 내일부터 다시 하겠다고 했어요.
그날 기사 제목으로 뽑힌 말이 "왕관의 무게, 아직 견딜 힘이 없었다"였습니다.
왕관의 무게를 견디기엔 아직 자기 힘이 부족했고 갈 길이 멀다고 느꼈다는 취지였는데, 이거 읽고 좀 짠했어요.
그리고 이틀 뒤에 초구를 담장 밖으로 보냈고요. 견딜 힘이 없다더니.
기록 놓친 날, 광주는 오히려 박수를 쳤어요
제가 이번 일에서 제일 좋았던 장면은 사실 홈런이 아니었어요.
9월 6일, 기록이 무산된 그 경기 후 광주 팬들이 기립박수를 보냈다는 보도예요.
파이낸셜뉴스 기사 제목이 이랬거든요. "최연소 40홈런 못 치면 어때."
홈런 하나 없이도 경기를 완벽하게 지배한 4안타였으니까요.
커뮤니티 분위기도 비슷했어요.
아쉽다는 반응보다 "다음 시즌에도 기회 있다", "최연소 타이틀 아니어도 이 시즌 자체가 역사적"이라는 쪽이 우세했습니다.
이승엽 선배 기록이라 욕심 없다고 했던 본인 코멘트가 재조명되면서, 이 선수 인성 얘기가 또 한 바퀴 돌았고요.

우리가 좋아하는 선수한테 바라는 게 결국 이런 거잖아요.
기록보다 오래 남는 태도 같은 거.
2년 전 40-40에서 두 개 모자라 웃던 사람이, 부상으로 한 시즌 날리고 돌아와서, 최연소 타이틀 놓친 이틀 뒤에 초구를 넘겨버립니다.
이 정도면 서사 좀 과한 거 아닌가 싶은데요.

남은 시즌, 50홈런이 나오면 그건 그거대로 사건이고 안 나와도 이미 충분히 대단한 해예요.
다만 저는 하나만 바라요. 이번엔 부상 없이 끝까지 갔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이 시즌 어떻게 보고 계세요. 50홈런까지 간다에 거시겠어요, 아니면 3-40-100-100 완성 쪽에 거시겠어요.
댓글로 예상 한번 남겨주세요, 나중에 같이 맞춰보게요.
확정되면 이어서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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