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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심판 성접대 7경기 5승2무, 국내·외신 해석 차이

축구협회 심판 성접대 7경기 5승2무, 국내·외신 해석 차이

축구 국가대표 ·

안녕하세요.
어젯밤 뉴스 보다가 밥숟가락 놓으신 분, 저 말고도 계시죠?
JTBC가 2016년 문체부 감사 결과보고서를 통째로 꺼내 놓으면서 축구협회 심판 성접대 얘기가 하루 만에 외신까지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기사들을 쭉 읽어보니 경기 수도, 접대 횟수도, 대상 인원도 매체마다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숫자만 붙잡고 한 번 정리해 보려 합니다.

JTBC가 공개한 2016년 문체부 감사 자료 - 부적절한 심판 징계(성접대) 관련 내용
JTBC가 공개한 2016년 문체부 감사 자료 - 부적절한 심판 징계(성접대) 관련 내용

먼저 이 사안, 한 문장으로 눌러 담아 보겠습니다.
2016년 문체부가 대한축구협회를 특별감사하며 적발했던 '2011~2012년 외국인 심판 성접대' 내역이 10년 만에 JTBC 보도로 공개됐고, 접대가 있었던 경기 7개가 전부 무패였다는 점이 알려지며 외신까지 번진 상황입니다.
여기서 딱 하나만 미리 못 박고 갈게요.
감사가 밝혀낸 건 '접대가 있었다'까지입니다.
'그래서 판정이 움직였다'는, 아직 누구도 확인해 주지 않았습니다.

타이밍이 참 얄궂죠.
경찰이 홍명보 감독 선임 의혹, 이른바 '빵집 면접' 건으로 8월 5~6일 축구협회 천안 본부와 서울 축구회관을 11시간가량 압수수색한 직후에 이 자료가 터졌습니다.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뒤 여론이 완전히 돌아선 게 두 사건의 공통 배경이라고 로이터와 AP가 짚었더라고요.
2년 가까이 잠자던 수사가 갑자기 움직였고, 그 옆에서 15년 전 문서가 튀어나왔습니다.

뉴스1 카메라로 촬영한 한국축구협회 건물 외부와 KFA 로고
뉴스1 카메라로 촬영한 한국축구협회 건물 외부와 KFA 로고

지금까지 확정된 것과 아직 아닌 것

이런 사안일수록 어디까지가 문서고 어디부터가 해석인지 갈라 두는 게 먼저입니다.
기사를 열 개쯤 읽으면 오히려 헷갈리거든요 (저만 그런 거 아니길 바랍니다).

  • 2016년 문체부 감사보고서에 성접대 결제 내역이 적발돼 있다 JTBC가 8월 6일 결재 라인이 포함된 보고서를 단독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 같은 감사에서 법인카드 1,501회·2억1,600만원 결제도 적발됐다 당시 정몽규 회장이 임직원 업무상 배임과 관련해 사과했지만 감사 결과 자체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 경찰이 축구협회를 압수수색했으나 대상은 감독 선임 의혹이다 8월 5~6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가 집행했고, 심판 성접대 건이 수사 범위에 포함되는지는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 접대가 판정 개입·승부조작으로 이어졌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문체부 감사도 접대 사실만 적발했고, 영국 IBTimes는 "비금전적 접대를 특정 경기 판정과 연결하기는 복잡하다"고 썼습니다.
  • 일본인 심판 실명 거론은 매체·커뮤니티발이다 일본 매체 론스포는 "명단이나 새로운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박탈설은 추정 시나리오다 IOC의 조사 착수나 검토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JTBC 뉴스 스튜디오에서 축구협회 심판 성접대 내역 그래픽을 보며 진행하는 화면
JTBC 뉴스 스튜디오에서 축구협회 심판 성접대 내역 그래픽을 보며 진행하는 화면

경기별로 다시 세어본 그 7경기

'무패'라는 단어가 하루 만에 헤드라인을 다 잡아먹었는데, 정작 그 7경기가 뭔지 한자리에 모아둔 곳이 잘 없더라고요.
보도된 날짜·장소·금액을 경기 단위로 붙여봤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결제 시각이 경기 종료 두 시간 반 뒤거나 경기 당일 새벽인 건들이 섞여 있습니다.

날짜경기(대회)결과결제 내역대상
2011.3.25온두라스전(친선)4-0 승75만원 상당심판 3명
2011.3.27중국전(올림픽대표 친선)1-0 승51만원 상당심판 3명·중국협회 관계자
2011.6.3세르비아전(친선)2-1 승금액 미공개심판 4명
2011.9.22오만전(런던올림픽 최종예선)2-0 승창원 안마업소 76만원 · 종료 약 2시간 반 뒤심판 4명
2011.10.7폴란드전(친선)2-2 무108만원 상당심판 3명
2012.2.29쿠웨이트전(브라질월드컵 예선)2-0 승역삼동 안마시술소 50만원 · 경기 당일 새벽심판 2명
2012.3.14카타르전(런던올림픽 최종예선)0-0 무역삼동 마사지업소 19만8000원경기감독관 1명

JTBC 뉴스 그래픽 - 심판 성접대 내역 표로 2011년 3월부터 2012년 3월까지의 친선경기, 월드컵 예선, 올림픽 예선 심판 배정 결과를 정리
JTBC 뉴스 그래픽 - 심판 성접대 내역 표로 2011년 3월부터 2012년 3월까지의 친선경기, 월드컵 예선, 올림픽 예선 심판 배정 결과를 정리

합산하면 5승 2무, 무실점 경기가 다섯입니다.
금액이 공개된 여섯 건만 단순히 더하면 약 380만원이고요.
2억이 넘는 법인카드 총액에 비하면 소수점 같은 돈인데, 파장은 정반대입니다.
돈의 크기가 아니라 결제 시각과 상대가 문제니까요.

축구협회 심판 선정 내역 그래픽으로 2011~2012년 친선, 월드컵 예선, 올림픽 예선 경기의 심판 배정과 관람객 수 나열
축구협회 심판 선정 내역 그래픽으로 2011~2012년 친선, 월드컵 예선, 올림픽 예선 경기의 심판 배정과 관람객 수 나열

개인적으로 제일 서늘했던 건 폴란드전이었습니다.
승부조작 가담자 47명 추방을 발표하고 이틀 뒤 열린 경기거든요.
한쪽에선 칼을 빼 들고, 다른 쪽에선 카드를 긁고 있었다는 뜻이 됩니다.
이건 재수 없이 걸린 게 아니라 감각이 마비돼 있었다는 얘기에 가깝죠.

숫자가 매체마다 다른 이유

여기가 오늘 글의 본론입니다.
같은 문서를 인용하는데 숫자가 안 맞아요.
접대 횟수는 "7차례"(뉴시스·연합뉴스 계열)와 "8차례"가 섞여 나옵니다.
대상 인원도 "20명"(뉴시스·스타뉴스)과 "10여명"(AFPBB·IBTimes가 인용한 국회 의원실 자료)으로 갈립니다.

경기 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부 정리본은 "6경기 4승1무"로 쓰는데, 위 표처럼 카타르전을 넣으면 7경기 5승2무가 됩니다.
차이의 정체는 단순합니다.
카타르전 접대 대상은 심판이 아니라 경기감독관 1명이거든요.
이걸 '심판 접대'로 셀지 말지에서 한 경기가 왔다 갔다 하는 겁니다.

축구 경기장의 심판들과 문체부 감사 자료 텍스트를 결합한 그래픽 - 성접대 심판 배정 경기 관련
축구 경기장의 심판들과 문체부 감사 자료 텍스트를 결합한 그래픽 - 성접대 심판 배정 경기 관련

그러니까 "7경기 전승"이라는 말이 돌면 그건 이미 한 번 튀긴 숫자입니다.
정확히는 5승 2무예요.
그리고 이 무패 기록은 정황이지 인과가 아닙니다.
대표팀이 홈에서 친선경기와 아시아 예선을 치르면 원래 승률이 높다는 반론도 성립하거든요.
다만 그 반론이 성립한다고 해서 결제 내역이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국내와 외신, 온도가 이렇게 다릅니다

국내 보도는 대체로 '무패' 프레임을 앞세웠습니다.
반면 영국 IBTimes는 "경기 공정성이 위험에 놓였는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하면서도, 곧바로 "비금전적 접대를 특정 경기 판정과 연결하기는 복잡하다"고 붙였어요.
AFP·로이터·AP는 사실관계와 월드컵 탈락 이후 여론을 묶어 전했고, 멕시코 신엠바르고와 베트남 뚜오이쩨까지 받아썼습니다.
ABC뉴스 칼럼은 2002 한일월드컵 4강 심판매수설이 다시 소환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고요.

외신 보도 화면 - 스페인어 기사 '한국 축구협회가 월드컵 예선에서 심판들에게 성접대 제공'과 ABC 뉴스 칼럼 및 KFA 로고
외신 보도 화면 - 스페인어 기사 '한국 축구협회가 월드컵 예선에서 심판들에게 성접대 제공'과 ABC 뉴스 칼럼 및 KFA 로고

차범근, 박지성, 손흥민이 몸으로 만든 신뢰가 협회 문서 한 장에 같이 흔들리는 구도.
박문성 해설위원이 "대한민국 축구의 새로운 헬게이트", "국제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고 한 게 과장으로 안 들리는 이유입니다.

일본 쪽 반응은 결이 조금 다릅니다.
자국 심판이 포함됐느냐에 초점이 쏠려 있어요.
국내 커뮤니티와 일부 스포츠 매체는 2012년 쿠웨이트전 주심 이름을 비롯해 실명을 구체적으로 거론했지만, 감사보고서 원문에 실명이 적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일본 매체 론스포도 새 증거는 없다고 썼고요.
이 대목만큼은 저도 조심하려 합니다.

공식 회의장에서 두 명의 축협 관계자가 마이크 앞에서 발언하는 기자회견 또는 청문 장면
공식 회의장에서 두 명의 축협 관계자가 마이크 앞에서 발언하는 기자회견 또는 청문 장면

협회는 뭐라고 했나

축구협회 입장은 짧습니다.
"협회 문서 보관 연한은 5년이고, 해당 사건은 15년 전 일이라 모든 정황을 확인하기는 어렵다"는 것.
이어 "사회적 기준이 높아진 만큼 법인카드 사용에 철저한 내부통제와 관리 감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틀린 말은 아닌데, 감사를 받은 주체가 감사 기록의 보관 연한을 근거로 답하는 그림이라 팬 입장에선 삼키기가 쉽지 않죠.

공식 회의장에서 손을 얼굴에 댄 축협 관계자의 회의 장면
공식 회의장에서 손을 얼굴에 댄 축협 관계자의 회의 장면

사건 발생 시점의 회장은 조중연 전 회장이고, 감사가 이뤄진 2016년의 회장은 정몽규 전 회장입니다.
사과는 있었지만 보고서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 해가 국정농단 정국과 겹친다는 점도 여러 매체가 배경으로 언급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 문서를 10년 만에 꺼낸 기자가 당시 태블릿PC 보도를 했던 그 기자라는 점까지.
드라마를 써도 이렇게 쓰면 개연성 없다고 욕먹었을 겁니다.

대로변의 한국축구협회(KFA) 건물 외부 로고와 입구
대로변의 한국축구협회(KFA) 건물 외부 로고와 입구

그래서 지금 남은 질문 세 개

첫째, 판정 개입이 있었는가.
현재 공개된 자료로는 답할 수 없습니다. 감사는 접대만 확인했습니다.
둘째, 처벌이 가능한가.
15년이 지났고 협회 문서 보관 연한도 끝났으며 FIFA 규정상 통상 시효도 지났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실제 형사·징계 판단은 수사기관 몫이라 아직 미확인입니다.
셋째, 런던올림픽 동메달.
일부에서 IOC는 시효 없이 박탈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지만, 그건 카타르전을 전제로 한 추정일 뿐 IOC가 움직였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한국축구협회 건물 입구의 빨간 배경 KFA 로고
한국축구협회 건물 입구의 빨간 배경 KFA 로고

결국 다음 장면은 두 갈래입니다.
경찰 수사가 감독 선임 의혹에서 멈추느냐, 아니면 이 감사보고서까지 손이 뻗치느냐.
그리고 FIFA나 AFC가 외신 보도를 보고 뭐라도 묻느냐.
여기서 하나라도 움직이면 어제 나온 문서는 시작에 불과해집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아직 결론을 못 내리겠습니다.
다만 이 표에 적힌 날짜와 금액은, 누가 뭐라 해도 지워지지 않는 숫자로 남았습니다.

KFA Korea Football Association 핑크 배경 로고 앞에 선 여성의 뒷모습
KFA Korea Football Association 핑크 배경 로고 앞에 선 여성의 뒷모습

확정되면 이어서 정리합니다.

표기 단계가 바뀌면 이 글도 갱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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