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임시감독 5인 압축, 포옛 탈락 이유
북중미 월드컵이 끝나고 두 달, 대표팀 이야기만 나오면 다들 말끝을 흐리던 그 여름이 있었죠.
감독도 회장도 없이 A매치 일정만 덩그러니 잡혀 있던 시절요.
그런데 8월 20일, 협회가 온라인 면접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남은 후보는 다섯 명.
그리고 그 명단에 거스 포옛의 이름은 없었어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이 공채 공고 처음 봤을 때 반쯤 농담인 줄 알았어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서류 접수받아서 뽑는다니.
근데 진짜였습니다.
7월 30일부터 8월 9일까지 서류를 받았고, 22명이 지원서를 냈어요.
그래서 지금 어디까지 왔냐.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겁니다.
8월 24일 현재, 홍명보 후임 임시감독 후보는 외국인 5명으로 좁혀졌고 온라인 면접까지 끝났으며, 협회는 "8월 안 선임 완료"를 목표로 최종 협상 중이지만 발표 시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유력하다던 그 이름은 명단에 없어요.
지금 확정된 것과 아직 아닌 것
이 이슈, 기사 두세 개만 읽어도 헷갈립니다.
어디까지가 협회 발표고 어디부터가 기자 관측인지 뒤섞여 있거든요.
그래서 확정도 순으로 갈라놨어요.
- 9~11월 A매치는 임시감독 체제로 치른다 협회 이사회 승인 사항, 7월 말 발표
- 사상 첫 공개채용, 22명 지원 후 외국인 5명 서류 통과 8월 20일 협회 서류·적격심사 완료, 20~21일 온라인 면접 진행
- 거스 포옛·김도훈 전 울산 감독 서류 탈락 8월 17일 스포츠조선 단독 보도, 이후 협회 절차 진행으로 확인
- 9~10월 A매치 4연전 개최지 확정 9/24 에콰도르(수원), 9/28 우루과이(서울), 10/2 베네수엘라(울산), 10/6 우즈베키스탄(용인) — 8월 18일 발표
- 협회, 8월 안 임시감독 선임 완료 목표로 최종 평가·협상 중 발표 일시는 미공개 (8월 24일 현재)
- 사실상 스페인 3인(토렌트·모레노·카사스) 구도라는 관측 8월 18일 스포츠동아 — 다만 전남일보·스포츠큐는 쿠만·스토이코비치 포함 5인을 동등하게 다뤄 매체별 강조점이 다름
- 임시감독이 성과를 내면 정식 전환 가능 8월 21일 뉴스1 — 대한체육회 규정상 1회 재임용이 가능하다는 뜻이지 자동 승격은 아님

포옛은 왜 서류에서 잘렸을까
이게 제일 얼얼한 대목이에요.
거스 포옛이 누굽니까.
2025년 전북 현대를 K리그1·코리아컵 더블로 이끈, 바로 그 감독입니다.
브라이턴, 선덜랜드, AEK 아테네, 레알 베티스, 보르도를 거쳐 2022~2024년엔 그리스 대표팀까지 맡았고요.
본인 의지도 어마어마했어요.
코칭스태프 구상까지 짜서 냈다고 하고, 이동국 코치 합류설까지 돌았거든요.
8월 10일엔 일본 매체 스포니치 아넥스가 복수 관계자를 인용해 "포옛이 최유력"이라고 때렸습니다.
협회는 다음 날 "확정된 것 없다"고 부인했고요.
그때만 해도 다들 "형식적 부인이겠지" 했죠.
근데 일주일 뒤, 진짜로 없었습니다.

탈락 사유로 전해진 건 운영계획서·지도철학 관련 서류가 경쟁자들에 비해 미비했다는 협회 관계자 발언이에요.
다만 여기서 정직하게 짚고 갈게요.
어떤 항목에서 몇 점이 깎였는지 구체적 근거는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즉 "서류가 부족했다더라"까지가 확인된 범위고, 그 이상은 추정이에요.
커리어로 뽑는 자리가 아니라 제출한 문서로 뽑는 자리였다는 얘기인데, 이 지점을 두고 팬들 사이에서 말이 많았습니다.
그 뒤 흐름도 재밌어요.
8월 18~19일엔 알제리 매체 'DZ 풋'과 스포츠조선이 "포옛의 알제리행 협상이 상당히 진전됐다"고 보도했습니다.
DZ 풋은 이렇게까지 썼어요.
대한민국, 폴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여러 국가대표팀 또한 포옛 감독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포옛 감독 역시 알제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8월 22일, 아프리카사커발로 뒤집힙니다.
포옛이 알제리의 연봉 제안을 거절했다는 거예요.
알제리축구연맹은 여전히 감독을 못 구한 상태고, 파울루 벤투 측도 알제리행 합의를 부인했습니다.
나흘 만에 "거의 다 됐다"가 "결렬"로 바뀐 거죠.
이 바닥 보도, 정말 조심해서 읽어야 합니다.
남은 다섯 명, 커리어의 갈림길에서 여기까지 왔다
이제 진짜 후보들 얘기.
단순 스펙 나열은 다른 기사에도 널려 있으니, 저는 이 사람들 커리어에서 방향이 꺾인 결정적 순간만 짚어볼게요.
그 분기점을 알아야 왜 지금 이들이 한국 대표팀 임시직 면접장에 앉아 있는지가 이해되거든요.

도메네크 토렌트 — 11년의 그림자, 그 뒤의 8년
1차 분기점은 2007년입니다.
펩 과르디올라의 수석코치로 바르셀로나 B에 합류했고, 그대로 바르사 1군 → 바이에른 뮌헨 → 맨체스터 시티까지 11년을 따라다녔어요.
이 기간 합작한 트로피가 24개.
라리가, 분데스리가, EPL, 챔피언스리그. 웬만한 감독 평생 커리어를 옆자리에서 다 겪은 셈이에요.
2차 분기점은 2018년, 그림자에서 나온 순간입니다.
뉴욕 시티를 시작으로 브라질 플라멩구, 튀르키예 갈라타사라이, 멕시코 아틀레티코 산루이스와 몬테레이를 거쳤어요.
그리고 3차 분기점.
2026년 3월 몬테레이에서 리그 13위로 추락하며 경질됐고, 현재 무소속입니다.
커리어 상 지금이 딱 반등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뜻이죠.
전술은 예상대로 점유율·후방 빌드업 중심의 과르디올라식이에요.
다만 본인이 못 박은 말이 있습니다.
"수비하지 않으면 전반 15분에도 교체를 감행하겠다."
점유율 축구 하면 흔히 떠올리는 그 물렁한 이미지랑은 거리가 있어요.

로베르토 모레노 — 대행으로 올라섰다가, 대행이라서 잃은 사람
커리어 전반부는 화려합니다.
루이스 엔리케 사단의 핵심 참모로 AS로마, 셀타 비고, 그리고 2014~2017년 바르셀로나 트레블 시절을 함께했어요.
이후 스페인 대표팀 수석코치까지 갑니다.
결정적 분기점은 2019년이에요.
엔리케 감독이 가족사유로 사임하자 모레노가 대행으로 스페인을 지휘했고, 유로 2020 본선 진출을 이끌었습니다.
여기까진 완벽한 성공 스토리죠.
문제는 그 대행직을 맡은 방식을 두고 엔리케와 사이가 틀어졌다는 것.
2026년 3월 스페인 매체 AS 인터뷰에서 본인이 이렇게 말했어요.
"친구 둘을 잃었다." "엔리케 감독과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
7년이 지나서도 이 얘기를 한다는 게, 그에게 얼마나 큰 분기점이었는지 말해주죠.
이후 감독 커리어는 AS모나코, 그라나다, 러시아 PFC 소치.
그리고 소치에서 0승 1무 6패라는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네, 저도 두 번 읽었어요.
참고로 모레노는 2023년 한국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이미 면접을 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엔 무산됐고요.
헤수스 카사스 — 2년 전 위약금에 막혔던 그 사람
이 분 스토리가 개인적으로 제일 흥미롭습니다.
바르셀로나 경기 분석관(2014~2017)에서 시작해 스페인 대표팀 수석코치(2018~2022)로 엔리케를 보좌했어요.
모레노와 카사스, 둘 다 엔리케 라인이라는 뜻이죠.
1차 분기점은 2022년 이라크 대표팀 감독 부임.
그리고 2023 아시안컵에서 사고를 칩니다.
강력한 우승후보 일본을 2-1로 잡고 조별리그 3전 전승을 기록했어요(대회는 16강에서 마감).
아시아 축구를 실제로 겪어본 유일한 후보라는 점, 아시안컵을 앞둔 지금 시점에선 꽤 묵직한 자산입니다.
2차 분기점이 하이라이트예요.
2024년 한국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카사스도 면접을 봤습니다.
그런데 이라크와의 계약 위약금이 걸림돌이 되면서 무산됐고, 그 자리에 홍명보 감독이 앉았죠.
2년 만에 같은 문 앞에 다시 선 겁니다.
문제는 이번에도 같은 변수가 따라왔다는 거예요.
카사스는 2026년 2월부터 싱가포르 라이언시티 세일러즈를 맡고 있는 현직 감독이고, 후보 5명 중 유일하게 소속팀이 있는 상태로 지원했습니다.
협회 내부에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하고요.
스포츠동아가 라이언시티 구단에 물었더니 답변은 이랬습니다.
"관련한 코멘트를 하지 않겠다."
2년 전과 똑같은 데자뷔 (설마 또?).
참고로 카사스 본인은 자기 철학을 이렇게 정리한 적이 있어요.
"전술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엔리케 감독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현재 내가 적용하는 많은 부분이 그 경험에서 나왔다."
그러면서 덧붙입니다.
"철학이 있다고 해서 바꿀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임시감독 자리에 지원한 사람 입에서 나올 만한, 꽤 영리한 문장이죠.

에르빈 쿠만 — 유일한 비(非)스페인 전술가
네덜란드 대표팀 수석코치 출신으로, 토털 사커 계보에 서 있는 인물이에요.
3백에서 5백, 다시 4백으로 유연하게 넘나드는 스위칭 플레이가 특징이고, 에이스에게 프리롤을 주는 스타일입니다.
손흥민·이강인 같은 자원을 어떻게 풀지 상상하면 솔깃하긴 해요.
다만 윙백 체력 부담이 크고 "시스템에 선수를 끼워 맞춘다"는 비판도 따라다닙니다.
A매치 몇 경기 만에 새 시스템을 심어야 하는 임시감독 자리에선, 이게 장점일지 리스크일지 갈릴 대목이죠.
드라간 스토이코비치 — 명단엔 있는데 마음은 다른 데
세르비아 대표팀을 지휘했던 그 피지입니다.
8월 13일 스타뉴스 보도로 관심 표명 사실이 알려졌는데, 여기 결정적인 단서가 붙어 있었어요.
"정식 감독직에만 의향이 있다"는 입장이었거든요.
8월 20일 전남일보 등이 전한 5인 명단엔 이름이 들어가 있지만, 임시직 자체에 대한 의사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예요.
같은 시점 스포츠동아가 스페인 3인에 초점을 맞춘 것도 아마 이런 온도차 때문일 겁니다.

"임시"라는 단어에 속으면 안 되는 이유
여기가 이 사안의 진짜 핵심이에요.
임시감독 계약은 11월 A매치까지고, 정식 감독은 2027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을 앞두고 따로 뽑는 게 원래 계획입니다.
그러니까 이 사람이 지휘할 경기는 9~11월 총 6경기.
9월 24일 에콰도르(수원), 9월 28일 우루과이(서울), 10월 2일 베네수엘라(울산), 10월 6일 우즈베키스탄(용인), 그리고 11월 중동 원정 2경기(상대 미정)입니다.

그런데 8월 21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대한체육회 규정상 1회 재임용이 가능해요.
즉 잘하면 정식 전환의 문이 열려 있다는 거죠.
다만 자동은 절대 아닙니다.
종합평가 → 전력강화위 추천 → 이사회 → 체육회 승인, 이 관문을 다 통과해야 해요.
6경기짜리 실전 오디션이라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여기서 변수 하나 더.
8월 19일 스포츠동아는 전력강화위원 일부가 임시감독 선임 후 사퇴할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어요.
사정에 밝은 관계자의 말은 이랬습니다.
임시 감독 선임을 마친 뒤 전강위서 나가겠다고 밝힌 위원이 있다. 아직 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위원들 중에서도 사퇴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정식 감독은 새로 꾸려진 전강위가 뽑아야 한다는 논리예요.
그러니까 "잘하면 정식 전환"과 "정식은 새 위원회가 뽑는다"는 두 흐름이 지금 동시에 존재합니다.
어느 쪽이 이길지는 아무도 몰라요.
8월 20일 스포츠동아 취재에서 한 축구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나하나 원칙에 맞춰 진행해도 변수가 너무 많아 보인다. 신임 집행부 구성 후 정식 감독 선임 작업은 더 어려울 것."
이 문장이 지금 상황을 제일 정확하게 요약한 것 같아요.

"국내 감독은 왜 한 명도 없나요"
서류 통과자 5명이 전원 외국인이라, 이 질문이 안 나올 수가 없죠.
사실 국내 지도자들 사이에선 지원 자격 자체가 논란이었어요.
김학범 감독은 임시감독에 지원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지원 자격 요건이 국내 지도자들에게 불합리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남겼습니다(전문스포츠지도자 자격증 요건 등이 쟁점이었어요).
이정효·최용수·윤정환 같은 이름이 하마평엔 올랐지만, 보도된 공식 후보 5인엔 포함되지 않았고요.
거스 포옛과 함께 김도훈 전 울산 감독도 서류에서 걸러졌습니다.
팬 여론도 둘로 쪼개져 있어요.
"또 한국인 감독이냐"는 피로감과 "국내 지도자에게 기회 자체가 안 주어진다"는 문제 제기가 동시에 굴러갑니다.
둘 다 일리가 있어서 더 답이 없죠.
여기에 사비 에르난데스가 네덜란드 대표팀으로 향한 것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우량 후보가 다른 데로 빠져나간다는 조바심까지 겹쳤습니다.

그래서 언제 발표되나요
이게 다들 제일 궁금해하는 부분일 텐데, 8월 24일 현재 공식 발표는 아직 없습니다.
협회가 밝힌 건 "8월 안 선임 완료" 목표뿐이에요.
면접은 20~21일에 끝났고요. 후보 1인당 약 3시간씩, 전강위원 3명과 외부위원 3명으로 구성된 6인 면접관이 들어갔습니다.
남은 건 최종 평가와 협상인데, 카사스처럼 소속팀이 있는 후보가 낙점될 경우 위약금 협상이라는 또 다른 산이 남아요.
날짜만 놓고 보면 남은 시간이 일주일입니다.

돌아보면 홍명보 감독의 사임은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에서 시작됐어요.
스리백 고집, 경직된 전술, 손흥민·이강인 같은 공격 자원을 제대로 못 쓴다는 비판이 겹겹이 쌓였고, 대회 직후 본인이 책임지고 물러났죠.
비슷한 시점에 정몽규 전 회장도 퇴진하면서 협회는 지도부 공백 상태가 됐습니다.
그러니까 이 공개채용은 멋진 혁신이라기보다, 정식 감독을 뽑을 힘이 없는 조직이 택할 수 있었던 차선책에 가까웠던 셈이에요.

월드컵 끝난 지 두 달 만에 우리는 감독 후보 다섯 명의 이름을 외우고, 대한체육회 재임용 규정까지 찾아보고 앉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9월 24일 수원에서 에콰도르를 상대로 벤치에 앉아 있을 사람은 정해질 거예요.
그 사람이 6경기 뒤에도 그 자리에 남아 있을지가 진짜 관전 포인트고요.
이번엔 좀, 오래 봤으면 좋겠네요.
확정되면 이어서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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