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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빈 "왕옌청과 붙고 싶다" 아시안게임 출사표, 그 배경

곽빈 "왕옌청과 붙고 싶다" 아시안게임 출사표, 그 배경

KBO ·

2023년 항저우에서 곽빈은 부상으로 한 경기도 못 던지고 금메달만 받아 왔어요.
그리고 3년 뒤, 고척돔 훈련장에서 취재진 앞에 선 곽빈이 대만 에이스 왕옌청의 이름을 먼저 꺼내더라고요.
붙고 싶다고요.
그때는 10점 만점에 5점이었는데 지금은 9점이라는 말과 함께요.
숫자를 들여다보니 그 자신감의 근거가 꽤 선명했습니다.

3년 전에는 금메달만 받고 돌아왔던 투수가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곽빈은 와일드카드로 뽑혔지만 부상으로 실전 등판을 한 번도 못 했어요.
팀은 금메달을 땄고, 곽빈의 목에도 메달이 걸렸죠.
그 뒤로 따라붙은 말이 '무임승차'였습니다.
본인이 제일 견디기 힘들었을 단어였을 거예요.

올해 3월 WBC에서도 마음 편할 일은 없었습니다.
대만전에서 정쭝저에게 홈런을 맞았고, 한국은 연장 승부치기 끝에 4-5로 졌거든요.
그리고 9월 15일, 고척스카이돔 첫 공식 훈련장.
취재진 앞에 선 곽빈이 아직 등판 전인 마운드를 향해 먼저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남성 1명(곽빈)이 화면 중앙 좌측에 서 있으며, 'Korea' 한글 글자가 있는 흰색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있다
남성 1명(곽빈)이 화면 중앙 좌측에 서 있으며, 'Korea' 한글 글자가 있는 흰색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있다

지금 무슨 상황인지, 한 번에 훑고 갑니다

대표팀은 9월 14일 소집돼 고척돔에서 훈련 중이고, 17일 상무와 연습경기, 18일 일본 나고야로 출국합니다.
21일 대만과 조별리그 B조 1차전, 22~23일 홍콩·태국전, 25~26일 슈퍼라운드를 거쳐 27일 메달이 결정돼요.
추석 연휴 한복판에 한국-대만이 걸려 있다는 뜻이죠.
류지현 감독이 "추석 연휴 기간에 중요한 경기를 치르는데 반드시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확정된 게 뭐고, 아직 아닌 게 뭔지부터 갈라놓을게요.

  • 곽빈·김도영·노시환, 아시안게임 대표팀 최종 합류 9월 14일 공식 소집, 15일 고척돔 첫 훈련에서 취재진 인터뷰 진행
  • 김도영, 코뼈 골절 수술 후 실전 복귀 완료 9월 9일 비골 골절 정복술, 13일 광주 한화전 4타수 3안타 3타점
  • 곽빈의 대만전 선발 여부는 확정 발표 전 대표팀 에이스로 대응 선발이 유력하다는 관측 단계, 구체 등판 일정은 미공개
  • 대만 한국전 선발, 왕옌청 또는 린위민 뉴스1·동아일보·더게이트는 왕옌청 쪽에 무게, 스포츠조선은 9월 15일 난조를 근거로 회의적 시각

한국 야구대표팀 선수 1명이 화면 중앙에서 정면을 바라보는 클로즈업. 모자와 유니폼 상단까지 나옴
한국 야구대표팀 선수 1명이 화면 중앙에서 정면을 바라보는 클로즈업. 모자와 유니폼 상단까지 나옴

곽빈이 자기 점수를 5점에서 9점으로 올린 이유

곽빈이 이날 쓴 표현이 재밌어요.
"그때는 10점 만점에 5점이었던 것 같고요. 지금은 한 9점은 되는 것 같습니다."
WBC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을 점수로 갈라버린 거죠.
그리고 그 4점의 근거가 올 시즌 기록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대표팀 합류 전 곽빈의 2026시즌은 26경기 선발, 11승 7패, 평균자책점 2.26, 186탈삼진, 155이닝, 퀄리티스타트 19회였어요.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모두 리그 단독 1위고, 186탈삼진은 두산 구단 국내 선수 단일 시즌 최다 기록입니다.
개인 최고구속은 160.3km까지 찍혔고요.
그런데 다승은 11승에서 멈췄죠.

한국 야구선수 1명이 화면 중앙에서 투구 동작으로 상반신까지 보임
한국 야구선수 1명이 화면 중앙에서 투구 동작으로 상반신까지 보임

승운이 지독하게 없었습니다.
아시안게임 합류 전 마지막 등판이었던 9월 9일 잠실 SSG전, 7이닝 1실점으로 던지고도 팀 타선이 침묵해 0-1로 졌어요.
시즌 7패째.
그 경기 하나로 2011년 윤석민 이후 15년 만의 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트리플크라운도 사실상 물 건너갔습니다.
이쯤 되면 야구의 신이 일부러 그러는 건가 싶더라고요.

숫자로 본 곽빈 vs 왕옌청, 승수는 같은데 나머지가 다릅니다

두 투수의 2026시즌을 나란히 놓으면 이 대결이 왜 화제인지 바로 보입니다.
승수는 똑같이 11승인데, 나머지 지표에서 간격이 벌어져요.

항목곽빈 (27·두산)왕옌청 (25·한화)
2026시즌 선발 등판26경기26경기
승-패11승 7패11승 6패
평균자책점2.26 (리그 1위)3.97 (매체별 3.75 병기)
탈삼진186 (리그 1위·구단 국내선수 최다)자료 없음
이닝 / QS155이닝 / 19회자료 없음
대회 전 마지막 등판9/9 SSG전 7이닝 1실점 (0-1 패)9/15 KT전 4이닝 5실점 (시즌 6패)
계약 배경2027시즌 후 포스팅 자격 취득 예정연봉 10만 달러 아시아쿼터 1년차

왕옌청의 평균자책점은 매체마다 3.75와 3.97로 다르게 집계돼 있어요.
9월 15일 KT전 5실점 반영 여부에 따른 시점 차이로 보입니다.
다만 어느 수치를 잡아도 곽빈의 2.26과는 1점대 중반 이상 벌어져요.
반대로 왕옌청 입장에서는 연봉 10만 달러짜리 아시아쿼터 계약으로 11승을 찍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대박' 소리를 듣는 시즌이고요.

남성 투수 1명이 화면 중앙에서 투구 직후 자세로 상반신까지 보임
남성 투수 1명이 화면 중앙에서 투구 직후 자세로 상반신까지 보임

진짜 재료는 따로 있어요, 올해 이미 세 번 붙었거든요

이 대결이 다른 국제대회 매치업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 여기입니다.
왕옌청은 올해 KBO리그에서 뛰었어요.
한국 타자들과 대만 에이스가 이미 한 시즌 내내 실전 데이터를 쌓아둔 상태라는 거죠.
곽빈과 왕옌청의 선발 맞대결도 올 시즌에만 세 번 있었습니다.

  • 4월 4일 — 첫 맞대결, 곽빈 패전
  • 5월 22일 — 두 번째 맞대결, 곽빈 패전
  • 8월 11일 — 곽빈 6이닝 2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무실점, 왕옌청 5이닝 3실점. 내용상 곽빈의 판정승

그래서 곽빈 본인은 이렇게 말했어요.
"올 시즌 세 번 붙었는데 내가 2패를 했다."
공식 승패 기록만 보면 맞는 말입니다.
다만 마지막 8월 11일 맞대결은 더게이트가 곽빈의 판정승으로 서술할 만큼 내용이 완전히 갈렸어요.
같은 '2패'라도 흐름은 곽빈 쪽으로 기울어 온 3연전이었던 셈이죠.

남성 1명(곽빈)이 화면 중앙에서 투구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등 번호 '왕 민 정' 19번이 보인다
남성 1명(곽빈)이 화면 중앙에서 투구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등 번호 '왕 민 정' 19번이 보인다

왕옌청, 대표팀 합류 직전 두 경기에서 실점이 쌓였습니다

기록만 놓고 보면 왕옌청의 9월은 매끄럽지 않았어요.
폐렴으로 이탈했다가 9월 3일 KT전 복귀전에서 3⅓이닝 6피안타 5볼넷 6실점.
그리고 대만 합류 전 마지막 등판이던 9월 15일 대전 KT전에서 4이닝 6피안타(1피홈런) 5사사구 5실점으로 시즌 6패째를 안았습니다.
스포츠조선은 이 결과를 두고 대만 코칭스태프가 머리 아플 결과라며, 왕옌청의 한국전 선발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어요.

반대 시각도 분명히 있습니다.
류지현 감독은 왕옌청 경기를 여러 차례 직접 현장에서 봤다며 이렇게 말했어요.

올 시즌 계속 왕옌청을 지켜봤다. 폐렴 이후 복귀전 내용은 안 좋았지만, 이후 다시 좋았을 때의 모습을 되찾았다.

대만에는 '한국 킬러'로 불리는 린위민(애리조나 산하 트리플A)도 있어요.
왕옌청과 린위민 중 누가 9월 21일 한국전에 나설지는 대회 전까지 확정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나오는 선발 예상은 전부 '유력' 단계예요.

한국 야구선수 1명이 화면 중앙에서 투구 직후 자세로 상반신까지 보임
한국 야구선수 1명이 화면 중앙에서 투구 직후 자세로 상반신까지 보임

곽빈은 이미 결승 마운드를 상상하고 있더라고요

곽빈의 인터뷰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상대 이름을 피하지 않았다는 점이었어요.
"린위민이 우리와 붙을 때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왕옌청도 좋다"고 했고, 동아일보 인터뷰에서는 더 직접적이었습니다.
"왕옌청이 한국전 선발로 나왔으면 좋겠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내가 이길 것."

3년간 쌓인 말도 꺼냈어요.
"2023년부터 국제대회 때마다 '타이완전 선발은 곽빈'이라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는데, 막상 실제로는 한 번도 던지지 못했다"고요.
그러면서 이번이야말로 선발로 등판해 좋은 결과를 낼 기회라고 했습니다.
요즘 가을야구와 아시안게임 결승 등판을 자주 상상한다는 말도 덧붙였고요.
결과가 안 좋더라도 감당해야 할 몫이라 생각하고 마운드에 서겠다는 말까지.
3년 전 메달만 받아 왔던 투수의 문장 치고는 꽤 단단하죠.

베어스 유니폼을 입은 남성 1명이 웃으며 손을 펼친 자세, 상반신까지 나옴
베어스 유니폼을 입은 남성 1명이 웃으며 손을 펼친 자세, 상반신까지 나옴

코뼈가 부러졌던 홈런왕이 4타수 3안타를 치고 돌아왔습니다

대표팀 타선 쪽 최대 변수였던 김도영도 정리하고 갈게요.
9월 9일 광주 NC전에서 기습 번트를 시도하다 자기 배트에 맞은 타구에 얼굴을 맞았고, 비골 골절 정복술을 받았어요.
올해 40홈런으로 KBO 홈런 1위를 달리던 선수가 대회 12일 전에 수술대에 오른 겁니다.
2023년 항저우 때 발목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했던 이력이 있어서 더 철렁했던 소식이었죠.

그런데 9월 13일 광주 한화전에서 4타수 3안타 3타점.
본인 말이 더 대단해요.

처음엔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줄어들었다. 며칠 쉰 덕분에 오히려 근육 피로가 리셋되면서 컨디션이 너무 좋고 몸도 가볍다.

다만 보호대를 착용한 상태이고, 국제대회 강도에서의 완전한 검증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
곽빈도 "도영이가 다쳤을 때 '엄청 큰일 났다'고 생각했는데, 복귀할 줄 알았다"며 지금은 큰 걱정이 안 된다고 했어요.

한국 야구대표팀 선수 1명이 화면 중앙에서 타격하는 장면, 상반신 주요 부위까지 나옴. 배경에 벤치의 여러 선수들이 희미하게 보임
한국 야구대표팀 선수 1명이 화면 중앙에서 타격하는 장면, 상반신 주요 부위까지 나옴. 배경에 벤치의 여러 선수들이 희미하게 보임

왕옌청을 상대한 경험도 있습니다.
김도영의 올 시즌 왕옌청 상대 성적은 9타수 2안타, 타율 0.222인데 그 두 안타 중 하나가 홈런이에요.
본인 평가는 이렇습니다.
"왕옌청의 공은 똑바로 오는 게 하나도 없다. 시즌 중에도 많이 까다롭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저 말고도 다른 선수들도 있기 때문에 그 선수들을 믿고 상대해야 할 것 같다."
WBC 때는 경험을 쌓자는 생각이었지만 이번엔 성적으로 결과를 내야 한다는 말도 남겼고요.

한솥밥 먹던 4번타자가 "절대 봐줄 생각 없다"

이 대회의 묘한 지점이 하나 더 있어요.
대표팀 주장이자 4번타자인 노시환, 그리고 문현빈은 왕옌청과 올 시즌 한화 동료였습니다.
같은 유니폼 입고 시즌을 보낸 투수를 나고야에서 적으로 만나는 구도인 거죠.
노시환은 올해 2월 11년 총액 307억 원 비FA 계약을 맺은 한화의 간판이고요.

동료라 실전 맞대결 데이터가 없는 게 오히려 변수인데, 노시환 본인은 개의치 않는 눈치였어요.
"실전에서 상대해 보진 않았지만 지금 타격감이라면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며 "절대 봐줄 생각 없다"고 했거든요.
빈말이 아닌 게, 소집 직전 10경기 타율이 0.341(44타수 15안타)에 2홈런 8타점이었습니다.
시즌 전체로는 118경기 타율 0.281, 27홈런 90타점.
와일드카드로 뽑아준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라며 반드시 금메달을 걸고 돌아오겠다고도 했어요.

한국 야구선수 2명이 좌우로 나란히 있는 콜라주. 좌측 선수는 타격 준비 자세, 우측 선수는 글러브 착용 모습으로 상반신까지 나옴
한국 야구선수 2명이 좌우로 나란히 있는 콜라주. 좌측 선수는 타격 준비 자세, 우측 선수는 글러브 착용 모습으로 상반신까지 나옴

대만 쪽에서도 불이 붙었습니다

분위기를 달군 건 한국만이 아니에요.
9월 4일 대만 매체 TSNA 인터뷰에서 대만 대표 류지훙이 이렇게 말했거든요.
"우리는 모두 군대를 다녀왔다. 한국 선수들도 꼭 군대에 가게 해야 한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걸린 병역 혜택을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이었죠.
한국 대표팀에 병역 미필 선수가 여럿이라 이 말이 그대로 동기부여로 돌아갔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과거 전적도 이 대결을 더 팽팽하게 만들어요.
한국은 2010 광저우부터 2022 항저우까지 아시안게임 야구 4연패 중이고, 이번이 5연패 도전입니다.
그런데 직전 항저우 대회에서 한국은 예선에서 대만에 졌다가 결승에서 다시 만나 설욕하고 금메달을 땄어요.
조별리그 1차전과 결승에서 대만을 두 번 만나는 그림, 이번에도 충분히 가능한 구도입니다.

T스테이션이 적힌 야구복을 입은 남성 1명이 모자를 쓰고 입을 벌린 표정, 얼굴과 상반신까지 나옴
T스테이션이 적힌 야구복을 입은 남성 1명이 모자를 쓰고 입을 벌린 표정, 얼굴과 상반신까지 나옴

그래서 21일에 누가 던지느냐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곽빈은 이미 왕옌청의 이름을 꺼내며 붙고 싶다고 했고, 대만은 왕옌청과 린위민을 손에 쥔 채 아직 카드를 내놓지 않았어요.
조별리그 성적을 슈퍼라운드로 안고 올라가는 대회 규정상 9월 21일 1차전의 무게가 꽤 큽니다.
곽빈은 이 부분을 이렇게 압축했죠.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이기겠다."
3년 전 던지지 못한 투수가 3년 뒤에 꺼낸 문장치고는, 꽤 오래 준비한 티가 납니다.
추석 연휴, 중계를 켜게 될 이유가 하나 생겼네요.

확정되면 이어서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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