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11일 리그 재개 대진표, 폭염 브레이크 이유
어제 저녁 야구 커뮤니티 타임라인이 갑자기 살아났습니다.
"드디어 내일 한다"는 글이 줄줄이 올라오더라고요.
열흘 가까이 중계창을 못 켠 팬들 입장에선 그럴 만도 하죠.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처음이라는 폭염 브레이크가 끝나고, 오늘 8월 11일 5개 구장에서 리그가 다시 돌아갑니다.
그런데 재개 첫날부터 각 팀이 꺼내 든 선발 카드가 심상치 않습니다.

8월 11일 재개 대진표와 선발투수
급하신 분들 먼저 보시라고 위에 붙입니다.
오늘 열리는 경기는 총 5개, 앞 팀이 원정입니다.
10개 구단이 약속이라도 한 듯 에이스급을 첫 경기에 꽂았다는 게 공통된 포인트로 꼽히고 있어요.
| 구장 | 매치업 | 선발투수 |
|---|---|---|
| 서울 잠실 | 한화 vs 두산 | 왕옌청 vs 곽빈 |
| 창원 NC파크 | KT vs NC | 로건 vs 라일리 |
| 서울 고척 | LG vs 키움 | 카라스코 vs 안우진 |
| 인천 SSG랜더스필드 | 롯데 vs SSG | 비슬리 vs 아빌라 |
|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 삼성 vs KIA | 페덱 vs 올러 |

재개 첫날에 안우진, 곽빈, 올러, 로건이 한꺼번에 나옵니다.
열흘 쉰 타자들 입장에서는 재활 등판 상대로 최악의 조합이죠.
퓨처스리그도 오늘 1군과 같이 다시 시작합니다.
확정된 사실과 아직 미정인 사안
기사 몇 개 읽고 오신 분들이 제일 헷갈려 하는 지점이 여기예요.
"9월에 밀린 경기 언제 다 하는데?"라는 질문에 답이 안 나오는 이유가, 그건 아직 확정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어디까지가 오피셜인지 단계를 갈라 정리했습니다.
- 8월 11일 리그 재개, 5개 구장 정상 개최 8월 6일 도곡동 야구회관 긴급 실행위원회 이후 박근찬 KBO 사무총장 브리핑
- 9월 6일까지 요일 무관 전 경기 오후 7시 시작 돔구장인 고척은 평일 7시·토요일 6시·일요일 2시 기존 일정 유지
- 3회·6회 종료 후 약 4분 급수 타임 신설 더블헤더는 9회 종료 후 4분 부여, KBO 발표 사항
- 확대엔트리를 9월 1일에서 8월 25일로 앞당기고 현역 등록 29명→30명 혹서기 체력 부담과 아시안게임 차출 공백을 함께 고려한 조치
- 취소된 경기의 재편성 날짜는 아직 안 나왔습니다 폭염·우천 등 누적 취소 55경기에 기존 추후 편성분 45경기까지, 9월 6일 이후 새로 짜야 할 경기가 100경기 규모로 추산됨
- 아시안게임 차출로 인한 순위 판도 변화는 관측 단계 구단당 최소 1명~최대 3명 규정이 거론되나 최종 명단 확정 전, 매체 전망 수준

25경기, 30경기, 55경기가 다 맞는 이유
이 숫자들 때문에 저도 한참 기사를 다시 읽었습니다.
어떤 기사는 25경기, 어떤 기사는 30경기, 또 어디는 55경기라고 하거든요.
결론은 셋 다 맞습니다. 세는 기준이 다를 뿐이에요.
8월 6일 긴급회의에서 결정된 건 7~9일 예정 15경기의 전면 취소입니다.
여기에 이미 별도로 발표됐던 5·6일분을 더하면 닷새간 25경기가 되고요.
8월 들어 폭염으로 날아간 경기 전체를 합치면 30경기입니다.
여기에 우천 21경기와 그라운드 사정 4경기까지 더한 시즌 누적 취소가 55경기(8월 10일 집계)고요.

'사상 초유'라는 표현도 매체마다 준거가 다릅니다.
폭염 하나로 전국 모든 구장 경기가 동시에 날아간 건 1982년 출범 이후 처음이라는 게 하나,
국제대회 차출을 빼고 리그가 정규 일정 자체를 통째로 멈춘 건 2021년 7월 코로나19 집단감염 이후 두 번째라는 게 다른 하나입니다.
둘 다 사실인데 재는 자가 달라요.

브레이크 이전 11일, 그 사이 벌어진 일
이번 결정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닙니다.
7월 31일 부산에서는 폭염중대경보 속에 경기가 강행됐고, 롯데 포수 손성빈이 온열질환 의심 증세를 보였어요.
8월 4일 인천 SSG-LG전에서는 관중 25명이 온열질환 증세를 호소했고 20대 남성 2명이 실신했습니다.
이 사고가 전면 중단의 결정적 계기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같은 날 KBO는 폭염중대경보 시 오후 1시 전까지 취소 가능이라는 새 기준을 내놨는데, 현장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어제는 안 하고, 오늘은 하고. 기준이 없지 않나"라고 했고, 이호준 NC 감독은 "2군은 안 되고 1군은 되나"라고 되물었죠.
김태형 롯데 감독의 "KBO가 그라운드에 나와보기는 했느냐"는 말은 그날 하루 종일 인용됐습니다.
결국 이틀 만에 전면 중단이라는 더 센 카드가 나왔고요.

물론 다른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KT 외국인 타자 샘 힐리어드는 "원래 야구는 여름 스포츠다, 폭염 취소는 처음 봤다"며 가능한 환경이라면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밝혔어요.
메이저리그에서 온 선수 입장에선 낯선 풍경이었던 모양입니다 (한국 8월을 아직 덜 겪으신 듯).


가장 오래 쉰 방망이, KIA와 NC
여기서부터가 오늘의 진짜 관전포인트입니다.
KIA는 7월 31일 이후 우천과 폭염이 겹치면서 최대 10일간 실전을 못 치렀어요.
NC도 비슷한 처지고요.
이범호 감독이 걱정한 건 마운드가 아니라 방망이였습니다.
"경기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 같다. 다만 감각적인 부분이 가장 걱정된다. 타자들에게는 조금 더 부담이 될 것 같다." — 이범호 KIA 감독 (8월 5일, 뉴스핌)

말이 씨가 될 판입니다.
오늘 KIA 타선이 상대할 투수는 삼성 페덱, 그리고 이 흐름대로면 각 팀 에이스가 연달아 나오거든요.
열흘 쉰 눈으로 시속 150km를 다시 맞추는 일, 생각보다 잔인합니다.
이범호 감독이 브레이크 기간에 굳이 야외 훈련을 재개시킨 것도 "더위에 적응하는 것도 체력 관리 차원에서 중요하다"는 이유였어요.
부상에서 돌아온 KIA 포수 김태군의 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오히려 더그아웃에 있을 때보다 더 잘 보였던 것 같다"며, 선수단이 위기 상황을 빨리 인지하길 바란다고 했거든요.
8월 흐름을 잘 맞춰야 한다는 얘기였는데, 하필 그 8월이 통째로 멈췄었죠.

60승 문턱의 KT와 삼성
재개와 동시에 벌어지는 레이스가 하나 더 있습니다.
KT(59승 2무 36패)와 삼성(59승) 모두 1승만 더하면 시즌 60승인데, 역대 KBO에서 60승 선착팀의 한국시리즈 직행 확률이 77.8%로 집계됩니다.
오늘 한 경기가 그냥 한 경기가 아니라는 뜻이에요.
- KT 위즈 : 1위, 후반기 14경기 12승 1무 1패에 브레이크 직전 6연승. 후반기 팀 평균자책점 2.69로 리그 1위. 부진하던 맷 사우어를 정리하고 데이비스 대니엘을 데려왔는데 이강철 감독이 "짝퉁 매덕스"라 부르더군요. 오늘 창원에서 NC와 3연전 시작, 시즌 상대전적 9승 2패로 우세합니다.
- 삼성 라이온즈 : 2위, 1위와 1.5경기 차. 후반기 팀 타율 .294로 리그 1위이고 김지찬이 후반기 .442, 구자욱이 .361에 16타점으로 불을 뿜었어요. 문제는 후반기 선발 평균자책점 5.79(6위). 부상 이탈 5주 만에 아담 오러가 복귀전을 준비 중입니다. 하필 오늘 상대가 시즌 4승 7패로 유일하게 열세인 KIA고요.

LG의 후반기, 그리고 잠실
전반기만 해도 이 자리에 LG가 있었습니다.
30승부터 50승까지 KBO 최초로 선착하며 우승 후보 소리를 듣던 팀이, 후반기 3승 11패로 미끄러져 3위까지 내려왔어요.
브레이크가 반가웠을 유일한 팀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고척에서 안우진을 만난다는 게 좀 가혹하긴 하지만요.

LG를 쫓는 두산은 오늘 잠실에서 한화를 맞습니다.
한화는 8월 4일 삼성전 승리로 3연패를 끊자마자 강제 휴식에 들어갔던 팀이라, 그 상승 기류가 남아 있을지가 관건이에요.
5위 KIA와는 4경기 차입니다.


9월 이후에 남은 숙제
오늘 재개로 끝이 아니라는 게 사실 더 무섭습니다.
9월 6일 이후 새로 편성해야 할 경기가 100경기 규모인데, 그 사이 9월 19일부터 일본에서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열립니다.
야구는 9월 21~27일이고, 병역 특례가 걸린 만큼 각 팀 주축이 빠지게 되죠.
한화 문현빈·노시환 같은 이름이 차출 후보로 거론되는 중입니다.
확대엔트리를 일주일 앞당기고 등록 인원을 늘린 것도 이 공백을 메우려는 계산입니다.
다만 어떤 경기를 언제 끼워 넣을지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어요.
9월 KBO 캘린더는 거의 확실히 지옥이 될 겁니다.

어쨌든 오늘 저녁 7시, 다섯 구장에 불이 들어옵니다.
열흘 만입니다.
확정되면 이어서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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