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았다" 오스틴 연타석 홈런, 김도영과 2개 차
"인천 아니면 안 넘어갔을 타구예요." 두 번째 홈런을 치고 나온 오스틴의 첫마디가 이거였어요.
대구에서 밀어친 변화구가 담장을 넘어간 순간, KBO 홈런왕 레이스는 조용히 판이 뒤집혔죠.
40대 38, 딱 2개 차이.
그런데 정작 오스틴은 기록보다 김도영의 코뼈 걱정을 먼저 하더라고요.
9월 12일 대구, 삼성과 LG의 경기였어요.
3회에 하나, 5회에 또 하나.
오스틴 딘이 연타석으로 담장을 넘겼습니다.
시즌 37호와 38호, 그리고 8회엔 동점 적시타까지 5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

경기는 LG의 4-3 역전승으로 끝났고, 4연패도 여기서 끊겼어요.
그런데 팬들 입장에서 더 크게 다가온 건 스코어보드가 아니라 홈런 숫자판이었죠.
김도영 40개, 오스틴 38개. 시즌 끝자락에 딱 2개 차이예요.
지금 이 레이스, 어디까지가 확정이고 어디부터가 추측인가
기사가 쏟아지다 보니 확정된 사실과 아직 모르는 일이 섞여서 돌아다니더라고요.
그래서 먼저 선을 그어두고 시작할게요.
- 오스틴 9월 12일 대구 삼성전 연타석 홈런(37·38호), 5타수 3안타 3타점 LG 4-3 역전승, 경기 기록으로 확정된 사실이에요.
- 38호로 LG 구단 단일시즌 최다 홈런 타이(2020년 로베르토 라모스 38개) 스포티비뉴스·스포츠조선 등 복수 매체 보도.
- 김도영 9월 8일 시즌 40호 홈런, 데뷔 첫 40홈런 이튿날인 9월 9일 광주 NC전에서 비골(코뼈) 골절, 당일 밤 골절정복술을 받았어요.
- KBO, 김도영을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교체 없이 정상 소집 9월 12일, "훈련·경기 출장 가능"이라는 담당 의사 소견을 확인한 뒤 류지현 감독·조계현 위원장과 논의해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 김도영 9월 13일 광주 한화전 출전 여부 당일 컨디션 점검 후 결정 —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 확정 정보 없음.
- 아시안게임 차출로 KIA 정규리그 약 7경기 결장 전망 9월 14일 대표팀 합류, 17일 일본 나고야 이동 일정에서 나온 매체 관측이에요. 실제 결장 경기 수는 일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홈런 개수와 김도영의 수술, 대표팀 소집 결정까지는 확정.
13일 출전 여부와 결장 경기 수는 아직 열려 있어요.
"운이 좋았다"고 먼저 말한 사람
이날 두 번째 홈런이 좀 특이했어요.
133km짜리 변화구를 밀어 쳤는데, 구종 표기가 매체마다 갈립니다.
스포츠한국·스포티비뉴스·스타뉴스는 슬라이더, 스포츠조선·YTN·한스경제는 커브로 적었어요.
구속은 133km로 같은데 이름만 다릅니다 (기록지 보는 사람들끼리 한 번쯤 싸울 만한 대목이죠).
재밌는 건 본인 평가예요.
중요한 순간에 홈런을 쳐서 엄청 만족하고 있다. 첫 번째 홈런은 중요한 추격포였고 두 번째 홈런은 사실 운이 좋았다. 인천을 제외한 다른 야구장에서는 홈런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타구였다. — 오스틴 딘 (스포티비뉴스)
구단 타이기록을 세운 날에 "운이 좋았다"고 먼저 말하는 선수.
이 사람 캐릭터가 대충 보이죠.

라모스 기록에 대해서도 담백했어요.
"라모스가 38개라는 아주 높은 기준치를 세워뒀는데 맞추게 되어 매우 기쁘다"면서도, 가장 만족스러운 건 중요한 순간에 팀 승리에 보탬이 된 점이라고 했거든요.
다음 한 방이면 LG 구단 최초의 단일시즌 39홈런입니다.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요. 좌우 100m, 중앙 125m짜리 그 잠실이요.
이 2개 차가 예전의 2개 차와 다른 이유
8월 말만 해도 격차가 한때 6개까지 벌어졌었어요.
9월 3일 오스틴이 곽빈에게 한 방을 뽑으며 3개 차로 좁혔고, 9월 8일 김도영이 40호를 치면서 다시 4개 차로 벌어졌죠.
그리고 나흘 만에 2개 차.
숫자만 보면 조금씩 줄어든 건데, 체감이 완전히 달라진 이유는 따로 있어요.
김도영 쪽 시계가 멈춰 있다는 점이에요.
9월 9일 부상 이후 10·11·12일 결장했고, 13일 출전 여부는 미정, 14일부터는 대표팀 소집입니다.
그동안 오스틴은 계속 타석에 들어서죠.
최근 10경기 타율이 0.385(39타수 15안타)예요.
방망이가 가장 뜨거울 때 상대만 자리를 비우는 그림입니다.

다만 여기서 "몇 경기면 따라잡는다" 같은 계산을 붙이진 않을게요.
그건 대부분 추정이고, 홈런은 그렇게 등간격으로 나오는 물건이 아니니까요.
확실한 건 하나예요.
오스틴에게는 남은 경기가 전부 기회고, 김도영에게는 당분간 기회 자체가 없다는 것.
그래서 KIA 타선은 누가 채우나 — 팀 구조로 본 진짜 변수
홈런왕 얘기만 하면 개인 기록 싸움처럼 보이는데, 사실 팀 사정이 더 크게 걸려 있어요.
9월 12일 기준 순위표를 보면 이렇습니다.
- 1위 KT 74승 3무 46패 (5연승)
- 2위 삼성 74승 3무 48패
- 3위 LG 69승 1무 55패
- 4위 KIA 67승 2무 56패
- 5위 두산 63승 4무 60패
3위 LG와 4위 KIA 사이가 두 경기 차 남짓이에요.
순위 싸움이 한창인 시점에 KIA는 득점 리그 1위(105개), 타점 99개, OPS 1.046짜리 3번 유형 타자를 2주가량 비워둬야 합니다.
홈런 40개보다 이게 더 아픈 숫자예요.
득점 1위라는 건 팀 공격이 이 선수 앞뒤로 돌아갔다는 뜻이거든요.

물론 누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지는 도시에 범위 밖이라 단정하지 않을게요.
다만 구조만 놓고 보면 KIA는 9월 14일부터 약 2주를 리그 최다 득점 타자 없이 순위 경쟁으로 버텨야 하고, LG는 그 기간 내내 오스틴이 라인업에 있어요.
홈런왕 판도가 흔들린 진짜 이유는 방망이가 아니라 이 일정표에 있다고 봅니다.
LG 쪽 사정도 마냥 편하진 않아요.
이날 결승 타점은 오스틴이 아니라 송찬의 몫이었고, 염경엽 감독도 그 지점을 콕 집었죠.
오스틴의 연타석 홈런과 동점 적시타 덕분에 전체적인 경기의 흐름을 우리 쪽으로 가져올 수 있었고, 자칫 무거워질 수 있었던 찬스에서 송찬의가 역전 타점을 만들어주면서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 염경엽 LG 감독 (스포츠조선)
이날 하루만 놓고 보면, 오스틴이 흐름을 만들고 뒤 타순이 마무리한 이상적인 그림이었어요.
이런 날이 남은 경기에 몇 번 더 나오느냐가 LG의 3위 방어와 오스틴의 39호를 동시에 결정할 겁니다.

아무도 예상 못 한 조합이었다는 것
시즌 시작할 때로 잠깐 돌아가 볼까요.
이 두 사람을 홈런왕 후보로 꼽은 사람, 솔직히 별로 없었어요.
저도 그중 하나였고요.
김도영은 2024시즌 38홈런을 쳤지만 이듬해 114경기나 결장한 이력이 불안 요소로 지목됐어요.
오스틴은 KBO에서 가장 넓은 잠실을 홈으로 쓰는 핸디캡이 있었죠.
정작 유력 후보였던 전년도 홈런왕 디아즈는 올 시즌 99경기 16홈런으로 공동 9위까지 밀렸습니다.
예상은 이렇게 빗나가라고 있는 거였나 봐요.

대신 이 둘은 4월부터 서로를 밀어 올렸어요.
4월 14일, 5월 17일, 6월 3일, 6월 7일.
같은 날 나란히 홈런을 친 '맞불 홈런'이 네 차례나 나왔습니다.
7월 올스타전 무렵엔 나란히 27홈런 공동 선두였고요.
한 명이 치면 다음 날 다른 한 명이 치는, 반년짜리 핑퐁 게임이었던 셈이죠.
기록 얘기보다 코뼈 얘기를 먼저 꺼낸 인터뷰
도입에서 살짝 언급했던 그 얘기, 조금 더 풀어볼게요.
오스틴은 2014년 미국 마이너리그 싱글A 시절 캐치볼 도중 코뼈가 부러진 적이 있어요.
경기 중 타구에 맞은 것도 아니고 캐치볼을 하다가요.
그러니까 이 사람은 이번 김도영의 부상을 뉴스가 아니라 감각으로 아는 쪽입니다.
김도영이 코뼈를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안타까웠고 마음이 아팠다. 그가 얼마나 속상할지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코 부상의 좋은 점은 언제든 금방 치료하고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도영은 워낙 잘생긴 선수(good-looking kid)라 외모나 앞으로의 선수 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다. — 오스틴 딘 (스타뉴스)
"코 부상의 좋은 점"이라는 표현, 저는 이 대목에서 좀 웃었어요.
실제로 김도영은 9일 수술, 11일 퇴원, 그날 코 보호대를 쓴 채 선수단에 합류했습니다.
정식 훈련은 아직이지만 회복 속도만 놓고 보면 오스틴 말이 크게 틀리지 않았죠.
그리고 이어진 한마디가 이겁니다.
팬분들만 그 경쟁을 신경 쓰게 두자. 사실 동문서답이긴 하지만, 김도영과 나 사이에 공통점이 하나 생긴 것 같다. — 오스틴 딘 (스타뉴스)
공통점이 하필 코뼈 골절.
라이벌이 만드는 공통점치고는 좀 이상하지만, 이 정도면 응원하고 싶어지지 않나요.

남은 시즌, 팬 입장에서 지켜볼 것
이제 시선은 딱 세 군데로 모여요.
첫째, 9월 13일 광주 한화전에서 김도영이 나오느냐.
당일 컨디션에 따라 결정한다고 했으니 라인업 발표를 봐야 압니다.
둘째, 14일 대표팀 합류 이후의 공백기.
이 기간 오스틴이 두 방을 더 치면 숫자가 뒤집히고, 못 치면 김도영이 돌아와 다시 치고 나갈 수도 있어요.
셋째, 오스틴의 39호.
한 방이면 LG 구단 역사에 없던 기록이 생깁니다.

여기에 하나 더 붙이자면, 이 레이스는 순위 싸움과 완전히 붙어 있어요.
LG는 3위를 지켜야 하고 KIA는 4위에서 올라서야 하는데, 두 팀의 중심 타자가 각각 뜨겁고 각각 비어 있는 상황이니까요.
홈런 두 개 차이가 순위표까지 흔드는 9월이라니, 이런 시즌이 자주 오진 않죠.

참고로 오스틴은 예전 인터뷰에서 김도영 이름이 나오자 "미안하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달라"고 했다가 곧바로 "오늘 김도영이 홈런을 쳤나?"라고 되물었다고 해요.
신경 안 쓰는 척하면서 제일 먼저 확인하는 사람.
야구 보는 우리랑 똑같잖아요.
13일 광주와 잠실, 두 경기 다 챙겨봐야 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확정되면 이어서 정리합니다.
표기 단계가 바뀌면 이 글도 갱신됩니다.이웃 글
2027 KBO 드래프트 하현승 키움 1순위 오피셜, 최지만 KT 지명 결과
안녕하세요, 일요일 낮부터 중계 켜놓고 드래프트 보신 분 계시죠. 저도 점심 먹다 말고 화면 앞에 앉아 있었는데요. 1순위 하현승까지는 다들 예상하던 그림이었는데
KBO
2027 신인드래프트 이호민 KIA 3순위 지명 이유
"키움 히어로즈는 부산고 투수 야수 하현승을 전체 1순위로 지명하겠습니다." 오후 2시 23분,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이 한 문장이 나오는 순간 장내가
KBO
아시안게임 야구 대만전 선발 곽빈-린이웨이 오피셜, 왕옌청 제외 배경
"왕옌청이 어떤 제한이 있는지 한국은 알고 있을 것이다." 대만 탕덩카이 감독이 툭 던진 이 한마디에, 9월 21일 대만전 마운드 그림이 통째로 바뀌었어요. 11
KBO
노시환 태극기 거꾸로 단복, 인쇄 오류 나온 이유
출국길 인터뷰 사진 보고 "어, 저 태극기 좀 이상한데?" 하셨던 분 계시죠. 눈 잘못된 거 아니었어요. 9월 18일 나고야로 떠난 야구대표팀 주장 노시환의 단복
KBO
"선수 보호 차원" 구자욱 햄스트링 교체, 삼성 비상
일단 결론부터요. 구자욱, 9회까지 뛰지 못하고 6회에 빠졌어요.<br>그것도 2사 만루에서 3타점 싹쓸이 2루타를 치고 2루에 선 직후에요.<br>허벅지 뒤를
KBO
류지현호 나고야 입국, 21일 대만전까지 남은 변수 셋
야구 대표팀이 아시안게임에서 마지막으로 진 게 언제인지 기억하세요?<br>2006년 도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알려져 있어요(공식 기록상 마지막 패배로 전해지는
K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