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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연 성희롱 논란, 축구협회 '걸스데이' 은어 사용 인정

지소연 성희롱 논란, 축구협회 '걸스데이' 은어 사용 인정

축구 국가대표 ·

대한축구협회가 결국 인정했습니다.
문제의 무선 교신에서 '생리'라는 단어 대신 월경을 뜻하는 은어 '걸스데이'가 쓰였다는 사실을요.
하루 전만 해도 협회는 "'생리'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다"고 했거든요.
단어는 달랐지만 뜻은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선수는 한국 여자축구 A매치 최다 출전·최다 득점 기록을 가진 지소연이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8월 28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WK리그 22라운드, 수원FC 위민과 서울시청 경기 전반 30분경 배선영 주심의 무선 교신 내용을 지소연 선수가 들었고, 격렬한 항의로 경기가 4분간 중단됐습니다.
협회는 처음엔 "'생리'라는 단어를 쓴 적 없다"고 했다가, 30일 월경을 뜻하는 은어 '걸스데이(girl's day)'를 썼고 그 뜻으로 쓴 게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단어가 달랐던 거지 의미가 달랐던 게 아니었던 겁니다.

여자축구 경기 중 여성 심판(노란색 유니폼)이 선수들 사이에서 주심 판정을 하고 있는 장면. 양팀 선수 4명과 심판 1명이 화면 중앙에 모여 있고 우측에 선수 1명이 서 있다.
여자축구 경기 중 여성 심판(노란색 유니폼)이 선수들 사이에서 주심 판정을 하고 있는 장면. 양팀 선수 4명과 심판 1명이 화면 중앙에 모여 있고 우측에 선수 1명이 서 있다.

지금 이 건이 어디까지 확정이고 어디부터가 아직 진행 중인지, 그것부터 갈라보겠습니다.
이틀 사이 보도가 워낙 쏟아져서 뭐가 사실이고 뭐가 관측인지 뒤섞여 있더라고요.

  • 주심의 '걸스데이' 표현 사용 및 '생리' 의미로 쓴 사실 — 대한축구협회 인정 8월 30일 JTBC 보도 이후 협회 심판팀이 확인, 수원FC 관계자도 동일 취지로 확인했습니다.
  • 지소연 경고 누적으로 9월 2일 화천KSPO전(23라운드) 결장 확정 항의 과정에서 받은 옐로카드가 누적분이 되면서 결장이 확정됐습니다.
  • 수원FC의 공식 항의 및 진상조사 요청 — 8월 31일(월) 제출 예정 지소연 사실확인서와 코칭스태프 진술을 취합해 축구협회·한국여자축구연맹에 낸다는 게 구단 설명입니다.
  • 한국여자축구연맹 판단 — 심판보고서·경기감독관 리포트 확인 후 연맹은 31일에 두 보고서를 본 뒤 판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자체 진상조사 진행 중 서울시청 선수들까지 포함해 조사 중이며, 김훈기 사무총장은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 했습니다.
  •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의 경위 파악 — 미확인 TV조선 단독 보도로만 언급됐고 다른 매체엔 없습니다. 교차 확인이 안 된 단계로 봐주세요.

여기서 제일 많이 나오는 질문 하나.
"생리랑 걸스데이랑 같은 말 아니냐, 협회는 왜 굳이 단어를 구분해서 해명했느냐"는 겁니다.
솔직히 저도 첫 해명 기사를 읽었을 때 "발언 자체가 없었다는 뜻인가?" 하고 잠깐 헷갈렸거든요.
그런데 하루 만에 은어를 쓴 게 맞다고 인정이 나오면서, 그 첫 해명은 결과적으로 사실을 부인한 게 아니라 단어 하나만 부인한 셈이 됐습니다.

여자축구 경기 중 여성 심판(노란색 유니폼)이 선수들 앞에서 대면하고 있는 클로즈업 장면. 심판 1명 얼굴이 우측에 클로즈업되어 있고 좌측에 선수 3명이 보인다.
여자축구 경기 중 여성 심판(노란색 유니폼)이 선수들 앞에서 대면하고 있는 클로즈업 장면. 심판 1명 얼굴이 우측에 클로즈업되어 있고 좌측에 선수 3명이 보인다.

협회의 1차 해명은 매체별로 결이 조금씩 다르게 전해졌습니다.
여성신문은 협회가 "같은 여자 심판으로서, 성차별적 의미로 나눈 이야기는 아니었다"는 적극적인 항변까지 했다고 전했고, 스포츠서울과 중앙일보 쪽은 "'생리'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고 지소연을 특정한 것도 아니다"라는 사실관계 부인 정도로만 전했습니다.
같은 해명인데 '방어'로 읽히느냐 '부인'으로 읽히느냐가 갈린 거죠.
다만 협회도 그때 이미 "불필요한 언행은 분명 잘못된 행동"이라고는 인정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사람이 하필 지소연이었다는 것

이 사건이 유독 크게 번진 이유를 하나만 꼽으라면, 당사자가 지소연이라는 점입니다.
35세, 수원FC 위민 소속.
2006년 국가대표에 데뷔해 올해로 20년째 뛰고 있고, A매치 176경기 75골로 남녀 통틀어 한국 축구 A매치 최다 출전·최다 득점 기록을 갖고 있는 선수예요.
(A매치 출전 수는 매체에 따라 175경기로도 표기되는데, 집계 시점 차이로 보입니다.)

여성 축구선수(수원 구단, 등번호 10)가 경기장에서 팔을 벌린 세리머니 포즈를 취하고 있는 클로즈업. 선수 1명이 화면 중앙에 상반신까지 나온다.
여성 축구선수(수원 구단, 등번호 10)가 경기장에서 팔을 벌린 세리머니 포즈를 취하고 있는 클로즈업. 선수 1명이 화면 중앙에 상반신까지 나온다.

커리어를 수치로 훑어보면 이 선수가 어떤 위치인지 좀 더 선명해집니다.
화려한 해외 커리어와 지금 놓인 처지의 낙차가 이번 논란의 정서적 뇌관이거든요.

구간소속·무대기록·성과
2006~현재여자 국가대표A매치 176경기 75골(일부 매체 175경기) — 남녀 통틀어 국내 최다 출전·최다골
2014~2022잉글랜드 첼시 위민2014-15 여자 FA컵 결승 결승골(구단 첫 메이저 우승), 같은 해 WSL 첫 우승 기여
2014잉글랜드 PFA'올해의 여자 선수' 선정
2010~2024대한축구협회'올해의 여자 선수' 8회(2010·2011·2013·2014·2019·2021·2022·2024)
이후~2022시애틀 레인 FC, 버밍엄 시티 WFC미국·잉글랜드 무대 거쳐 2022년 국내 복귀
2026수원FC 위민(WK리그)재계약 후 복귀, 8월 28일 후반 29분 결승골로 2-1 승리

첼시에서 구단 사상 첫 메이저 우승 결승골을 넣은 선수, 잉글랜드 PFA가 뽑은 올해의 선수, 별명이 '지메시'인 선수입니다.
2021년엔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공동회장까지 맡아 선수 권익 문제를 계속 얘기해온 사람이기도 하고요.
그런 선수가 2026년 8월, 자국 리그 경기장에서 주심의 교신을 듣고 "선생님,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그런 말씀 하시면 징계감이에요"라고 따져야 했습니다.
20년 커리어의 마무리 구간에서 마주한 장면치고는 너무 씁쓸하죠.

여성 축구선수들 4명과 여성 주심(노란 유니폼)이 경기장에서 마주하고 있는 장면. 선수들은 수원 구단 유니폼을 입고 있으며, 주심은 화면 우측에 서 있다. 상반신이 보인다.
여성 축구선수들 4명과 여성 주심(노란 유니폼)이 경기장에서 마주하고 있는 장면. 선수들은 수원 구단 유니폼을 입고 있으며, 주심은 화면 우측에 서 있다. 상반신이 보인다.

그날 경기 자체는 각본으로 썼으면 욕먹었을 전개였습니다.
전반 30분 그 일이 있었고, 물병과 헤어밴드가 날아갔고, 경기는 4분간 멈췄고, 주심은 레드카드를 꺼냈다가 결국 옐로카드를 줬습니다.
구단 관계자 전언으로는 "레드카드는 협박용이었을 뿐 막상 꺼내진 못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후반 29분, 지소연이 결승골을 넣습니다.
2-1 승리.

여자축구 경기 중 흰색 유니폼 선수들과 자주색 유니폼 선수들이 필드에서 경합하는 장면. 양팀 선수 6명 정도가 화면 중앙에서 공중볼을 놓고 다투고 있다.
여자축구 경기 중 흰색 유니폼 선수들과 자주색 유니폼 선수들이 필드에서 경합하는 장면. 양팀 선수 6명 정도가 화면 중앙에서 공중볼을 놓고 다투고 있다.

여기서 반전.
그 경고가 누적되면서 9월 2일 화천KSPO전 결장이 확정됐습니다.
부당한 말을 들은 쪽이 항의했다가 카드를 받고, 결승골까지 넣고도 다음 경기를 못 뛰게 된 겁니다.
이 경고가 취소되거나 정정될 수 있는지는 현재까지 나온 자료로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구단이 31일에 낼 항의서에 이 부분이 어떻게 담기느냐가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여자축구 경기 중 흰색 유니폼 선수들과 자주색 유니폼 선수들이 필드에서 활동 중인 경기 장면. 여러 선수가 화면 전체에 분산되어 있다.
여자축구 경기 중 흰색 유니폼 선수들과 자주색 유니폼 선수들이 필드에서 활동 중인 경기 장면. 여러 선수가 화면 전체에 분산되어 있다.

배선영 주심에 대해서도 얘기가 나옵니다.
이분, 실력을 인정받지 못한 심판이 아니에요.
2025년 12월 대한축구협회 심판 콘퍼런스에서 '여성우수심판상'을 받은 이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논란이 커진 면이 있죠.
구단 관계자 전언에 따르면 처음엔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부인하다가, 항의가 계속되자 "우리끼리 한 말이었다"고 해명했다고 합니다.

여자축구 경기 중 여성 심판(노란색 유니폼)과 선수들이 상황 설명을 위해 모여 있는 장면. 심판 1명과 양팀 선수 5명 정도가 화면 중앙에서 대화하고 있다.
여자축구 경기 중 여성 심판(노란색 유니폼)과 선수들이 상황 설명을 위해 모여 있는 장면. 심판 1명과 양팀 선수 5명 정도가 화면 중앙에서 대화하고 있다.

그러니까 문제의 핵심이 여기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끼리"라는 말은 곧 선수가 못 들었으면 괜찮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건데, 무선 교신은 애초에 그런 사적 공간이 아니거든요.
은어를 쓴 것도 마찬가지예요.
온라인에서는 "결국 돌려 말한 것뿐 아니냐", "단어만 다르고 맥락은 같다"는 반응이 다수였습니다(커뮤니티 전언 수준으로 봐주세요).

그래서 징계는 가능한가

이게 두 번째로 많이 나오는 질문입니다.
윤지영 변호사(직장갑질119 대표)는 여성신문 인터뷰에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발언이라면 성희롱으로 볼 수 있고, 성희롱에는 동성 간 성희롱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했습니다.
또 "스포츠 업계에 인권침해가 워낙 많다 보니 국민체육진흥법이 '체육계 인권침해'를 별도로 규율하고 있는데, 이번 심판의 발언은 여기에 너무나 명확하게 해당한다"며 신고·조사와 징계까지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스포츠경향은 축구협회 심판규정상 성희롱 관련 징계 건의 사유가 명시돼 있고 3개월~3년 자격정지가 가능하다고 보도했습니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가능한 수위일 뿐, 실제 절차가 개시됐다는 발표는 아직 없습니다.

여자축구 경기 중 여성 심판(노란색 유니폼)이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거나 대화하는 장면. 심판 1명이 화면 중앙에 있고 양팀 선수 6-7명이 원형으로 둘러싸여 있다.
여자축구 경기 중 여성 심판(노란색 유니폼)이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거나 대화하는 장면. 심판 1명이 화면 중앙에 있고 양팀 선수 6-7명이 원형으로 둘러싸여 있다.

선수협은 이걸 개인의 실언으로 보지 않습니다.
김훈기 사무총장의 말이 이번 사안의 시야를 가장 넓게 잡아줍니다.

"결국에는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여자축구 경기 현장에 지금 (경기를 돌려볼 수 있는) VAR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소통도 원활하지 않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습니다.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를 비롯해 한국여자축구연맹도 책임에서 자유롭진 못합니다."

실제로 이 사건은 진공 상태에서 튀어나온 게 아닙니다.
2026년 한 해 K리그1·K리그2 모두 오심 논란이 이어졌고, 지난 7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청문회에서 문진희 전 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은 북중미월드컵에 한국 심판이 한 명도 배정되지 못한 이유를 두고 "지면 심판을 욕하기 때문에 심판을 하려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가 태도 논란 끝에 사퇴했습니다.
김환 해설위원이 "자격이 없는 심판들을 걸러내는 건 협회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한 것도 이 흐름 위에 있는 발언이고요.

경기장 중앙에서 선수들과 주심들이 대면하는 전체 장면. 경기장 중앙에 약 10여 명이 모여 있고, 측면에 대기 중인 인물들도 보인다. 방송 중계 화면 캡처로 스코어보드와 로고가 표시되어 있다.
경기장 중앙에서 선수들과 주심들이 대면하는 전체 장면. 경기장 중앙에 약 10여 명이 모여 있고, 측면에 대기 중인 인물들도 보인다. 방송 중계 화면 캡처로 스코어보드와 로고가 표시되어 있다.

여자축구계 안에서 나온 반응도 결이 비슷합니다.
황정희 한국여성스포츠회 부회장은 "여성 선수를 향한 이런 발언에 여성 스포츠인들도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선수들의 경기 환경이 더 좋아지려면 심판의 자질과 시스템 정비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습니다.
수원FC 선수들 사이에서는 "배 주심도 같은 여성인데 그런 말을 해 더 씁쓸하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하고요.
온라인 반응에서도 "같은 여자가 저런 말을", "내가 다 기분 나쁜데 선수는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같은 댓글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여자축구 경기 중 흰색 유니폼 선수들과 자주색 유니폼 선수들이 필드에서 활동 중인 경기 장면. 여러 선수가 분산되어 있고 배경에는 광고판과 관객석이 보인다.
여자축구 경기 중 흰색 유니폼 선수들과 자주색 유니폼 선수들이 필드에서 활동 중인 경기 장면. 여러 선수가 분산되어 있고 배경에는 광고판과 관객석이 보인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WK리그 심판 배정은 여자축구연맹이 아니라 대한축구협회 소관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검색 보강 자료 기반이라 확인 수준은 낮습니다).
사실이라면 연맹이 심판보고서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독자적으로 징계를 결정할 수 없는 구조라는 뜻인데, 이게 맞다면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선수협의 지적과 정확히 맞물립니다.

결국 이번 주 초, 세 개의 문서가 동시에 움직입니다.
수원FC의 공식 항의서, 심판보고서, 경기감독관 리포트.
같은 4분을 세 사람이 각각 어떻게 적어놨느냐에 따라 이 사건의 성격이 '개인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좁아질 수도, '체육계 인권침해'로 넓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와 별개로 9월 2일 화천KSPO전, 지소연의 이름은 명단에 없습니다.
그 경기까지 무엇이 정해질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확정되면 이어서 정리합니다.

표기 단계가 바뀌면 이 글도 갱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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