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2002 이탈리아전 편파판정 의혹 정면 반박
어제 오늘 축구 커뮤니티가 완전히 뒤집혔더라고요.
이탈리아 기자가 히딩크 감독한테 "모레노 심판이 심판복 안에 한국 유니폼 입고 있던 거 아니냐"고 물었대요.
24년 지난 얘기를요.
그런데 히딩크가 그 질문을 받고 한 대답이, 솔직히 저는 읽다가 웃었습니다.
오늘은 그 인터뷰 전문과 2002년 이탈리아전에서 실제로 뭐가 있었는지를 차분히 정리해볼게요.

먼저 지금 무슨 일인지 딱 한 문장으로 압축할게요.
이탈리아 기자 잔루카 디 마르지오가 현지시간 9월 8일 히딩크 감독을 인터뷰하면서 2002년 16강 판정 의혹을 꺼냈고, 히딩크가 조목조목 반박한 내용이 9월 9일 국내에 일제히 보도되며 화제가 됐습니다.
새 폭로도 아니고 새 증거도 아니에요.
24년 묵은 질문에 당사자가 처음으로 정색하고 답했다, 딱 그겁니다.
사건을 시간순으로 훑으면 이렇습니다.
기자가 던진 질문은 대놓고 도발적이었어요.
"모레노 주심이 심판복 안에 한국 유니폼을 입고 있었던 거 아니냐."
이 정도면 질문이 아니라 거의 선전포고죠.
히딩크가 실제로 뭐라고 했나
여기서부터는 각색 없이 보도된 발언 그대로 옮깁니다.
매체마다 편집 강도가 달라서 원문 흐름대로 보는 게 제일 정확하거든요.
"그런 질문은 특정한 방향성을 드러내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다. 같은 방향으로 이야기하자면 크리스티안 비에리는 전반전에 팔꿈치로 상대를 가격해 옐로카드를 받았어야 했다. 모레노 역시 그것을 보지 못했다."
"심판을 탓하기는 쉽다. 당시 이탈리아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었다. 그 대단한 명단을 보라."
"골든골을 넣고 이겼다면 당연히 축하해야 한다. 반대로 졌다면 신사답게 행동해야 한다. 이탈리아가 그렇게 했나."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탈리아는 이기지 못했다. 말디니, 토티, 비에리, 그리고 다른 모든 스타들을 보유하고 정규시간 안에 이겼어야 했다. 나중에 불평할 게 아니다. 당신들은 내 반응을 유도하려고 하지만, 내 대답은 그대로다."
정리하자면 히딩크는 두 갈래로 받아쳤어요.
하나는 "편파판정 프레임으로 갈 거면 비에리 팔꿈치도 못 본 건 마찬가지다"라는 되치기.
다른 하나는 "그 스쿼드로 90분 안에 못 이긴 게 먼저"라는 원론.
두 발언은 인터뷰 안에서 각각 다른 대목에 나온 말이지, 한 문장으로 붙어 나온 게 아닙니다.
제목만 보고 하나의 사이다 멘트인 줄 아셨다면 그건 편집의 결과예요.

안정환 얘기가 나오는 대목이 개인적으로는 제일 세게 박혔어요.
당시 안정환은 세리에A 페루자 소속이었는데, 골든골 하나 넣고 구단주한테 사실상 방출성 발언을 들었죠.
현지에서 살해 위협까지 받았고요.
"그럼 안정환은 경기에 뛰면 안 됐다는 말인가. 골을 넣어서도 안 됐다는 것인가. 그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을 위해 뛰었다. 이것은 스포츠."
"당시 페루자에서 뛰던 선수가 그런 대우를 받았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
24년 지나서도 제자 얘기에서 목소리가 올라가는 감독이라니.
그 팀이 왜 그렇게 뛰었는지 조금 알 것 같더라고요.

백미는 마지막이었습니다.
기자가 "2002년 한국전 패배가 2006년 이탈리아 우승의 밑거름이 된 것 아니냐"고 묻자, 히딩크가 이렇게 받았어요.
"그렇다면 한국이 우승의 토대를 마련한 셈."
이걸 웃으면서 말했을지 정색하고 말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완패입니다(기자님 고생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날 대전에서 실제로 뭐가 있었나
2002년 6월 1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이었죠.
전반 18분 비에리 선제골, 후반 43분 설기현 동점골, 그리고 연장 안정환의 골든골로 2-1.
논란이 된 판정은 크게 두 개예요.
연장 전반 13분 토티의 시뮬레이션 판정에 따른 2차 경고 퇴장, 그리고 톰마시의 골이 오프사이드로 취소된 장면입니다.

여기서 확인된 사실과 아직 추측인 걸 갈라놓고 가야 해요.
이 이슈는 특히 그 구분이 안 돼서 24년을 굴러왔거든요.
- 히딩크가 디 마르지오 인터뷰에서 판정 의혹을 정면 반박한 것 현지시간 9월 8일 인터뷰, 9월 9일 국내 다수 매체 일제 보도로 확인
- FIFA는 2002년 12월 모레노 계좌·행적을 수개월 조사한 뒤 징계 없이 종결 매수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결론
- 모레노 본인은 2019년 "황선홍의 잠브로타 태클은 지금 판정하면 퇴장"이라 인정 톰마시 오프사이드는 부심 판단이었다고 해명(스포츠경향이 유일하게 이 배경을 상술)
- '모레노 매수설' 카시야스의 2025년 7월 '유럽 팀 겨냥 음모' 발언 등 정황 주장만 반복될 뿐, 물증이 제시된 적은 없는 관측 단계
- 이탈리아 매체가 왜 하필 지금 이 질문을 꺼냈는지 특정 계기(기념일·특집 기획 등)는 확인되지 않았음
숫자로 보면 이 논란이 더 이상해집니다
말싸움은 감정이 섞이니까, 확인된 수치만 나란히 놓아볼게요.
매수설의 뼈대가 되는 숫자들과 실제 확인된 결과를 대조한 표입니다.
| 항목 | 의혹 측이 드는 근거 | 확인된 사실·결과 |
|---|---|---|
| 모레노가 받은 금전 | "매수됐다"는 정황 주장(물증 제시 없음) | 본인 주장 기준 FIFA 주심 수당 2만 2,500달러가 전부 |
| FIFA 공식 조사 | 계좌·행적에 이상이 있었을 것 | 2002년 12월 수개월 조사 후 징계 없음으로 종결 |
| 모레노 이후 행적 | 2003년 자국 리그 오심으로 20경기 출장정지, 2010년 미국에서 헤로인 밀수 혐의 체포·30개월형(26개월 복역)으로 알려짐 | 모두 2002년 경기 이후의 사건이며, 그 경기와의 연결고리는 확인된 바 없음(세부 사항 일부 미확인) |
| 본인 입장 | 침묵하거나 회피할 것 | 2019년 잠브로타 태클 판정 오류는 인정, "양심은 떳떳" 유지하며 해당 경기를 커리어 톱3로 자평 |
여기서 눈에 띄는 건 마지막 줄입니다.
매수된 심판이라면 굳이 17년 뒤에 "그 장면은 내가 틀렸다"고 자기 오심을 인정할 이유가 없죠.
물론 이게 결백의 증거는 아니고요.
기자 개인적으로는, 심증이 아무리 쌓여도 물증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히딩크가 "그 명단을 보라"고 한 이유
이 발언, 그냥 도발이 아니에요.
당시 두 팀의 위치를 보면 왜 저 말이 나왔는지 이해가 됩니다.
2001년 히딩크 부임 당시 한국은 FIFA 랭킹 70위권, 월드컵 본선에서 단 1승도 없던 팀이었어요.
반대편은 말디니·토티·비에리·부폰·델피에로·잠브로타·파누치가 한 명단에 들어 있는 팀이었고요.
그런 팀을 상대로 히딩크의 한국은 조별리그를 2승 1무 1위로 통과했고, 16강에서 이탈리아, 8강에서 스페인을 넘어 4강까지 갔습니다.
아시아 팀 역대 최고 성적이죠.
즉 히딩크의 논리는 단순합니다.
"우리가 판정으로 올라간 팀이라면, 조별리그부터 그 성적이 나올 수가 없다."


같은 인터뷰인데 제목 온도가 왜 이렇게 다를까
이번 건 재밌는 게, 인용된 발언은 매체마다 거의 똑같은데 포장 온도가 완전히 달라요.
제목만 보고 들어온 분들이 "히딩크가 그렇게까지 화냈어?"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 매체 | 히딩크 감정 묘사 | 추가로 담은 정보 |
|---|---|---|
| 머니투데이 | "불쾌감을 드러냈다"(절제) | 인터뷰 발언 전반 |
| 엑스포츠뉴스 | "분노했다"(강화) | 발언 위주 |
| 스포츠경향 | "작심 발언" | 모레노 2019년 자기 오심 인정·부심 판단 해명까지 유일하게 상술 |
| 포포투 | "극대노"급 제목 | "안정환이 자책골이라도 넣어야 했나" 반문형으로 강조 |
같은 말도 "불쾌감"이라고 쓰면 어른의 대응이 되고 "극대노"라고 쓰면 사이다가 되죠.
어느 쪽이 거짓말인 건 아니고, 그냥 편집의 결이 다른 겁니다.
다만 배경 정보량으로만 따지면 스포츠경향 쪽이 제일 두툼했어요.
모레노가 뭘 인정했고 뭘 부인했는지는 이번 논란의 핵심인데, 그걸 넣은 매체가 하나뿐이었거든요.

하필 지금, 왜 다시 이 얘기가 터졌나
이탈리아 매체가 24년 만에 이 질문을 꺼낸 명확한 계기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국내에서 이 발언이 유독 크게 소비된 배경은 꽤 선명해요.
2025년 7월 카시야스가 프랑스 매체에서 "유럽 팀을 겨냥한 음모가 분명히 있었다"고 말하면서 불신 정서가 한 번 살아났고, 2026년 8월엔 국내에서 축구협회 외국인 심판 성접대 파문(2011~2012년 경기 대상)이 터지면서 "2002년 신화까지 의심받는 것 아니냐"는 논조가 나왔거든요.
박지성 K-축구 혁신위 공동위원장은 이에 대해 "혁신위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고요.
여기에 더 결정적인 배경이 있습니다.
한국은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았어요.
감독 선임 논란에 협회 신뢰 문제까지 겹치면서, 2002년의 히딩크 리더십이 그리움의 대상으로 소환되던 참이었죠.
그 타이밍에 히딩크 본인이 마이크 앞에서 그 시절을 방어해줬으니, 국내 반응이 폭발한 게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커뮤니티에선 "역대급 극대노"라는 제목으로 돌았고, 반응은 대체로 통쾌하다였어요.



결국 이 논란은 앞으로도 안 끝날 겁니다.
FIFA 조사는 끝났고 물증은 없고 심증은 24년째 그대로니까요.
다만 하나는 분명하더라고요.
90분 안에 끝내지 못한 쪽이 24년째 심판 얘기를 하고 있고, 이긴 쪽 감독은 아직도 제자 이름부터 챙기고 있다는 것.
확정되면 이어서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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