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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테크볼 금메달, 대기업 사표 낸 이유

이준석 테크볼 금메달, 대기업 사표 낸 이유

축구 국가대표 ·

"엄마, 나 금메달 땄어." 경기장 관중석을 향해 목이 터져라 외치는 그 목소리가 중계 마이크에 그대로 잡혔어요.
곡선형 테이블 하나 놓고 공 주고받는 생소한 종목, 세계랭킹 391위, 실업팀도 없는 선수.
그런데 이 사람이 8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 세트도 안 내줬습니다.
2026년 9월 20일 오후,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벌어진 일이에요.

한국 남성 1명이 화면 우측 중앙에 마이크 앞에서 인터뷰 중이며, 상반신까지 보인다
한국 남성 1명이 화면 우측 중앙에 마이크 앞에서 인터뷰 중이며, 상반신까지 보인다

일단 지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 줄로 압축할게요.
축구 4부리그에서 은퇴하고 족구를 거쳐 테크볼을 잡은 27세 이준석이, 대기업 정규직 전환을 포기하고 사표를 낸 지 7개월 만에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8전 전승 무실세트로 따냈습니다.
세계랭킹 391위가 23위를 결승에서 2-0으로 눕혔어요.
이게 오늘 오후 3시 30분경, 나고야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입니다.

저는 솔직히 테크볼이라는 종목 이름을 이번 주에 처음 검색해 봤거든요.
그런데 결승 두 세트를 보고 나니까 왜 이 사람 이야기가 하루 만에 퍼졌는지 알겠더라고요.
경기가 잘해서만은 아니었어요.

남성 1명(이준석)이 화면 우측에서 테크볼을 킥하고 있으며, 흰 유니폼 착용, 전신이 보임. 상대 선수는 좌측 배경에 녹색 유니폼으로 보이고, 배경에 관중과 네트 보임.
남성 1명(이준석)이 화면 우측에서 테크볼을 킥하고 있으며, 흰 유니폼 착용, 전신이 보임. 상대 선수는 좌측 배경에 녹색 유니폼으로 보이고, 배경에 관중과 네트 보임.

세계 391위가 23위를 이겼다는 말의 무게

결승 상대는 이라크의 알리 잘릴 메즈헤르 알레야위, 세계랭킹 23위였어요.
이준석은 391위입니다.
계산기 두드릴 것도 없이 300계단 넘게 차이가 나죠.
그런데 1세트 스코어가 12-11이었어요.

이 숫자가 참 잔인한 게, 한 점만 삐끗했어도 오늘 이 글 자체가 없었을 거예요.
12점 선취 세트에서 11점까지 따라붙힌 상대를 끝내 뿌리쳤고, 그 뒤 2세트는 12-5로 정리했습니다.
1세트를 버티고 나니까 상대 멘탈이 먼저 무너진 그림이었어요.
이럴 때 해설이 "흐름이 넘어갔습니다"라고 말하는데, 그게 진짜 눈에 보이는 순간이 있잖아요. 딱 그거였어요.

남성 1명이 화면 중앙에서 테크볼 킥 동작 중. 상반신이 보이고 빨강·흰색 공이 공중에 있다
남성 1명이 화면 중앙에서 테크볼 킥 동작 중. 상반신이 보이고 빨강·흰색 공이 공중에 있다

더 무서운 건 결승까지 오는 과정이에요.
9월 17일 하루에 조별리그 5경기에 8강전까지 6경기를 몰아서 치렀습니다.
조별리그 5전 전승, 그것도 무실세트.
8강도 무실세트.
준결승은 쿠웨이트의 자이드 에이단이 3-2로 밀리던 중 왼쪽 허벅지 근육이 파열돼 기권했고요.
결승까지 총 8경기, 단 한 세트도 안 내준 퍼펙트 금메달이었어요.

한국 남성 1명이 화면 중앙에서 테크볼을 머리로 받으며, 양팔을 펼친 자세로 상반신 전체가 보인다
한국 남성 1명이 화면 중앙에서 테크볼을 머리로 받으며, 양팔을 펼친 자세로 상반신 전체가 보인다

그래서 테크볼이 대체 뭔데요

이게 제일 많이 들어온 질문일 것 같아요.
축구도 아니고 족구도 아니고 탁구도 아닌데 셋 다 조금씩 닮았거든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기원 : 2012년 헝가리에서 고안(일부 매체는 2014년 표기, 다수설은 2012년). 원래 축구 선수들 훈련·놀이용이었어요
  • 도구 : 가운데가 솟은 곡선형 특수 테이블 + 축구공
  • 규칙 : 손 못 씁니다. 발·머리 등으로만 주고받아요
  • 점수 : 한 세트 12점 선취, 3세트 중 2세트 먼저 따면 승리. 듀스는 마지막 세트에만 적용
  • 조직 : 2017년 국제테크볼연맹(FITEQ) 창설, 국내는 2018년 대한테크볼협회 설립

탁구의 각도 싸움, 축구·족구의 볼 컨트롤, 세팍타크로의 공중 공격이 한 판에 다 들어있는 셈이에요.
영상으로 보면 공이 테이블 곡면에서 튀는 각이 예상 밖으로 튀어서, 리시브하는 쪽이 계속 몸을 접었다 폈다 하더라고요.
보는 재미는 확실히 있었어요.
다만 국내 선수층이 워낙 얇아서, 대부분 축구나 족구 하다 넘어온 사람들이 생업과 병행하는 구조입니다.

한국 남성 1명이 화면 우측에서 테크볼에 머리를 맞추는 플레이 장면, 상반신까지 보인다
한국 남성 1명이 화면 우측에서 테크볼에 머리를 맞추는 플레이 장면, 상반신까지 보인다

2026년 2월, 사표를 쓴 날

여기부터가 이 선수 이야기의 본론이에요.
이준석은 초등학교 때 축구를 시작했고, 유소년 시절엔 조영욱·이준서 같은 이름들과 같이 공을 찼대요.
그런데 프로로 못 갔습니다.
성인 4부리그인 K4리그 이천시민축구단에서 뛰다가 스물한 살에 은퇴했어요.
그 다음은 족구였는데, 그것도 뜻대로 안 풀렸고요.

2019년 말에 테크볼을 처음 잡았습니다(매일경제 보도 기준).
그런데 하필 코로나가 터졌어요.
국제대회 출전 기회를 잡았는데 팬데믹으로 전부 날아갔고, 훈련할 공간조차 마땅치 않았습니다.
여기서 대부분은 접잖아요. 저 같아도 접었을 거예요.

이때 등장하는 게 어머니 윤순정(57)씨예요.
없는 살림에 200만원을 들여 테크볼 전용 테이블을 사주셨습니다.
아들은 그걸 아파트 단지 공원에 놓고 연습했어요.
국가 지원이 없던 자리를 가족 살림이 대신 메운 겁니다.
이 대목이 단순한 감동 코드로만 읽히면 좀 아깝다고 생각해요.

"처음 테크볼을 시작했을 때 어머니가 없는 살림에도 200만원의 거금을 들여 테크볼 테이블을 사주셨다. 어머니를 생각하며 이번 대회를 준비했고, 반드시 메달을 따겠다는 집념으로 버텼다."

남성 1명(이준석)이 화면 중앙에서 감정적으로 울고 있으며 태극기를 들고 있음, 흰 유니폼 착용, 상반신 클로즈업. 배경에 관중 보임.
남성 1명(이준석)이 화면 중앙에서 감정적으로 울고 있으며 태극기를 들고 있음, 흰 유니폼 착용, 상반신 클로즈업. 배경에 관중 보임.

생계는 대기업 생산직 계약직으로 버텼어요.
그리고 2026년 2월, 테크볼이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뒤늦게 채택됩니다.
정규직 전환을 앞둔 시점이었어요.
사표를 냈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았다"는 한 문장이 전부였어요.

참고로 회사 이름을 'LG전자'로 특정한 건 매일경제 한 곳뿐이에요.
경인일보·뉴시스·주간조선·SBS·스포츠조선 등 나머지 매체는 전부 "대기업 생산직 계약직"으로만 썼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단독 보도로 이해하는 게 맞아요.

4월에는 사비를 털어 한 달간 헝가리에 갔습니다.
세계 정상급인 아담 블라조비치한테 인스타그램 DM을 보냈대요.
아니 그게 답장이 온다고요?
왔습니다. 흔쾌히요.

"블라조비치가 정말 고맙게도 흔쾌히 제안을 받아줬다. 그 친구가 있는 훈련장에 가서 다양한 노하우를 전수받았는데 영상으로만 보던 선수의 기술을 전수받아 매우 뜻깊었다."

남성 1명이 화면 중앙에서 테크볼 킥을 수행 중. 주먹을 쥔 모습과 공중에 떠있는 흰색·빨강 축구공이 보인다
남성 1명이 화면 중앙에서 테크볼 킥을 수행 중. 주먹을 쥔 모습과 공중에 떠있는 흰색·빨강 축구공이 보인다

진천선수촌 대신 분식집 김밥

5월에 대표팀이 꾸려졌어요.
근데 진천선수촌에 못 들어갔습니다.
대한테크볼협회가 대한체육회 정회원이 아니라 '한시적 준회원 단체'여서예요.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채택에 맞춰 기존 인정단체에서 한 단계 올라간 건데, 정회원은 아니라 입촌 자격이 없었던 거죠.

그래서 대표팀은 경기 하남·이천 등지를 전전하며 훈련했어요.
끼니는 분식집에서 김밥 같은 걸로 때웠고요.
관중 함성과 야유에 적응하려고 유튜브 소리를 스피커로 틀어놓고 연습했답니다.
국가대표가 실전 감각을 유튜브로 만들었다는 얘기예요.
이거 듣고 좀 멍해졌습니다.

한국 남성 3명이 흰색 유니폼을 입고 얼싸안은 모습, 화면 중앙 좌측부터 우측으로 배치되어 상반신까지 보인다
한국 남성 3명이 흰색 유니폼을 입고 얼싸안은 모습, 화면 중앙 좌측부터 우측으로 배치되어 상반신까지 보인다

그리고 이준석 본인이 가장 무서워한 건 패배가 아니었어요.

"사실 가장 힘든 것은 만약 메달을 따지 못하면, 이슈가 되지 않고, 그러면 이제 아시안게임 후에 무엇을 하고 지내야 하는 고민을 해야 했다. 준비한 시간이 아무 것도 아닌 시간이 될까봐, 선수들이 허탈해할까봐 너무 무서웠다."

사표를 낸 사람이 금메달 없이 대회를 끝내면 남는 게 뭘까요.
직장도 없고 소속팀도 없고 종목은 여전히 무명이고.
그 무게를 지고 12-11짜리 세트를 이겨낸 거예요.
저는 이 인터뷰 읽고 나서야 결승 1세트가 다시 보이더라고요.

한국 남성 1명이 화면 중앙에서 양팔을 벌리고 환호하는 순간, 상반신까지 보인다. 관중들이 배경에 흐릿하게 보인다
한국 남성 1명이 화면 중앙에서 양팔을 벌리고 환호하는 순간, 상반신까지 보인다. 관중들이 배경에 흐릿하게 보인다

확정된 것과 아직 아닌 것, 여기서 갈립니다

금메달 소식과 함께 "이제 지원 좋아지겠네", "실업팀 생기는 거 아니야" 같은 기대 섞인 말들이 같이 돌고 있어요.
마음은 저도 똑같은데, 오늘 시점에서 확정된 건 생각보다 적습니다.
섞이면 나중에 실망만 커지니까 선을 그어 둘게요.

  • 테크볼 남자 단식 금메달 확정 9월 20일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 결승에서 이라크 알레야위를 2-0(12-11, 12-5)으로 꺾었습니다. 한국 선수단 이번 대회 3호 금메달이에요.
  • 8경기 전승·무실세트 기록 확정 조별리그 5전 전승 무실세트, 8강 무실세트 승, 준결승은 쿠웨이트 선수의 부상 기권승, 결승 2-0으로 마무리했습니다.
  • 대한테크볼협회는 '한시적 준회원 단체' 대한체육회 이사회에서 인정단체에서 승격됐지만 정회원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번 대회 준비 기간 진천선수촌 입촌이 불가능했어요.
  • 실업팀 창단·지원 확대는 아직 발표된 것 없음 이준석 본인이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밝힌 단계이고, 협회나 체육회의 공식 계획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 포상금 규모 미확인 현재까지 확인된 보도 범위에서 구체적인 포상금 액수나 향후 국가대표 자격 유지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어요.
  • 직전 직장이 LG전자라는 보도 매일경제 단독 표기이고, 다른 매체들은 모두 "대기업 생산직 계약직"으로만 썼습니다. 교차 확인은 아직입니다.

정리하면 경기 결과와 협회 지위는 확정, 앞으로의 지원은 전부 미정이에요.
금메달이 제도를 자동으로 바꿔주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이준석이 경기 직후 한 말이 더 크게 들렸습니다.

"실업팀이 없다 보니 테크볼 종목 선수들 모두 생계를 내려놓고 대회에 나섰다. 이번 메달이 선수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한국 남성 1명이 화면 중앙에서 태극기를 펼친 환호 장면, 상반신까지 보인다
한국 남성 1명이 화면 중앙에서 태극기를 펼친 환호 장면, 상반신까지 보인다

"엄마 나 금메달 땄어"

부모님을 부른 것도 이번이 좀 특별했대요.
원래는 부모님이 오시면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서 안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큰 무대를 또 언제 뛸지 몰라서 오시라고 했대요.
경기 전엔 인사만 하고 별말 안 나눴고요.

그리고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관중석을 향해 외쳤습니다.
"엄마 나 금메달 땄어."
200만원짜리 테이블을 사준 그 어머니가 앉아 있던 자리예요.
여기서 안 울면 사람 아니죠. 저는 이미 졌습니다.

남성 1명(이준석)이 화면 중앙에서 태극기를 펼쳐 들고 있으며, 흰 유니폼 착용, 전신이 보임. 배경에 경기장과 관중, 경기 관계자 보임.
남성 1명(이준석)이 화면 중앙에서 태극기를 펼쳐 들고 있으며, 흰 유니폼 착용, 전신이 보임. 배경에 경기장과 관중, 경기 관계자 보임.

본인도 아직 실감을 못 하는 것 같더라고요.
들뜨고 싶지 않아서 뉴스를 안 봤는데, 여자친구가 통화하면서 "완전 화제야" 하더랍니다.
전날 밤엔 호텔 사우나에 혼자 앉아서 "정말 결승까지만 가고 싶다"고 생각했대요.
결승까지만, 이 한마디가 참 이 선수답다 싶었어요.

동료들 얘기도 빼놓을 수 없어요.
같이 준비한 다른 테크볼 선수들은 전부 탈락했습니다.
이준석은 그 아쉬움을 자기가 풀어주고 싶었다고, 고생한 다른 선수들 이름도 알려지게 하고 싶었다고 했어요.
혼자 딴 금메달이 아니라 대표팀 전체의 증명 같은 거였던 셈이죠.

남성 1명이 화면 중앙에서 금메달을 물고 있는 클로즈업. 하얀 셔츠를 입고 있고 얼굴이 상반신까지 나온다
남성 1명이 화면 중앙에서 금메달을 물고 있는 클로즈업. 하얀 셔츠를 입고 있고 얼굴이 상반신까지 나온다

참고로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금메달 1·2호도 근대5종에서 나왔어요.
여자 개인전 성승민, 남자 단체전 전웅태·서창완·이종현.
그리고 3호가 테크볼입니다.
비인기 종목에서 연달아 나온 금메달이라는 점에서, 이번 대회 초반 서사가 꽤 선명하네요.

한국 남성 1명이 화면 중앙에서 테크볼을 발로 차며, 화이트 유니폼 입은 상반신이 보인다
한국 남성 1명이 화면 중앙에서 테크볼을 발로 차며, 화이트 유니폼 입은 상반신이 보인다

이준석이 인터뷰에서 딱 한 번 욕심을 드러낸 문장이 있어요.
"미친 듯이 운동하는데 수입도 얻는 실업 선수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금메달리스트가 바라는 게 이 정도라는 게, 이 종목 현실을 한 문장으로 말해주는 것 같아서 좀 씁쓸했습니다.
이 바람이 내년 이맘때쯤엔 '확정' 칸으로 옮겨가 있으면 좋겠어요.

일단 오늘은 마음껏 축하부터 하고 싶네요.
27년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산 7개월이었다는 사람, 8경기 동안 한 세트도 안 내준 사람.
다음 대회에서도 저 하얀 유니폼 보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이번 테크볼 결승 보셨어요? 어느 장면에서 제일 울컥하셨는지 댓글로 알려주세요.

확정되면 이어서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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