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야구 대만전 선발 곽빈-린이웨이 오피셜, 왕옌청 제외 배경
"왕옌청이 어떤 제한이 있는지 한국은 알고 있을 것이다." 대만 탕덩카이 감독이 툭 던진 이 한마디에, 9월 21일 대만전 마운드 그림이 통째로 바뀌었어요.
11승 6패 '한국 킬러' 왕옌청 대신 올라오는 건 스무 살, 대만 실업팀 합작금고 소속 린이웨이.
이름 들어보셨어요?
저도 처음 봤습니다.
그런데 이 낯선 조합, 8년 전에 한 번 겪어봤다는 게 문제예요.
일단 지금 상황을 한 줄로 압축하면 이렇습니다.
9월 21일 오후 6시 30분 오카자키 구장, 한국은 평균자책점 1위 곽빈을 올리고 대만은 KBO에서 11승 거둔 왕옌청 대신 CPBL 드래프트에서도 지명 못 받은 20세 실업팀 투수 린이웨이를 올립니다.
여기까지가 양측 공식 예고고요, 그 뒤에 붙는 이야기들은 아직 '설'입니다.
뭐가 확정이고 뭐가 추측인지부터 갈라놓고 가죠.

- 한국 선발 곽빈, 대만 선발 린이웨이 확정 9월 20일 양측 선발 예고, 국내 다수 매체 일제 보도
- 린이웨이, 9월 20일 대만 마지막 연습경기 선발 등판 4이닝 1안타 1실점 탕덩카이 감독의 최종 점검 차원
- 왕옌청 등판 제한설 — 한화 구단과 사전 조건 합의 대만 ET투데이 보도 및 탕덩카이 감독 발언 근거, 한화 구단 공식 확인은 없음
- "KBO에서 이미 분석됐으니 아껴둔다"는 전략적 판단설 스포츠조선·뉴데일리 등 해석 보도, 대만 측 공식 설명 아님
두 설명이 서로를 밀어내는 관계는 아니에요.
"한화가 조건을 걸었고, 마침 전략적으로도 아껴둘 만했다"가 동시에 성립할 수 있거든요.
다만 어느 쪽이 결정적 이유인지는 아직 아무도 확인해주지 않았습니다.
탕덩카이 감독 본인 입에서 나온 문장은 이 정도예요.
"왕옌청이 어떤 제한이 있는지 한국은 알고 있을 것. 한화와 우리가 어떤 조건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국가대표에게 정보를 제공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우리가 정한 규정대로 나아갈 뿐." — 탕덩카이 대만 대표팀 감독 (스포츠조선)
읽고 나서 더 헷갈리셨다면 정상입니다.
저도 세 번 읽었어요.

그래서 린이웨이가 누구냐면
스무 살, 176cm, 최고 구속 148km/h.
이 숫자만 보면 "그냥 평범한 우완이네" 싶은데, 커리어 경로가 좀 재밌더라고요.
고교 때는 투수랑 타자를 같이 했어요.
2024년 대만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 나갔는데 지명을 못 받았습니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실업팀 합작금고에 들어가서 투수로 전향했고, 몸무게를 60kg에서 72kg까지 불렸어요.
2년 만에 12kg 증량이면 야구 하면서 밥만 먹고 산 수준이죠.
그리고 올해 7월 세계대학야구선수권 한국전에서 3⅔이닝 1안타 1볼넷 2삼진 무실점을 찍었습니다.
네, 한국 타자들 상대로요.
국제대회 누적으로 보면 체코·네덜란드 타자 상대 15이닝 4실점.
표본이 작긴 한데, 적어도 "국제대회 마운드에서 얼어붙는 유형"은 아니라는 게 감독 평가입니다.
탕덩카이 감독 말로는 "잘 긴장하지 않고, 직구와 슬라이더 위력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원래는 불펜으로 쓰려다가 선발로 돌린 카드라는 얘기도 대만 현지에서 나왔습니다.

8년 전에 이 영화 본 적 있습니다
여기서 한국 팬들 등골이 서늘해지는 이유가 있어요.
"무명 실업팀 투수 vs 프로 정예 한국"이라는 구도, 우리가 이미 한 번 크게 데였거든요.
비슷한 조건의 과거 사례를 나란히 놓고 보면 이렇습니다.
| 대회 | 대만 선발·핵심 투수 | 한국 결과 | 대회 최종 |
|---|---|---|---|
| 2018 자카르타-팔렘방 | 우성펑 (대만 실업야구 소속) | 조별리그 1차전 1-2 패 | 이후 3연승으로 금메달, 다만 여론은 싸늘 / 선동열 감독 국정감사 출석 |
| 2022 항저우 | 대만 대표팀 (전력상 열세 평가) | 조별리그 첫 경기 0-4 패 | 결승에서 설욕, 금메달 |
| 2026 아이치·나고야 | 린이웨이 (20세, 실업팀 합작금고) | 9월 21일 조별리그 1차전 예정 | 5연패 도전 중 |
패턴이 보이시죠.
한국은 대만전 첫 경기를 두 대회 연속 졌고, 두 번 다 결국 금메달은 챙겼습니다.
그러니까 "첫 경기 지면 다 끝난다"는 아니에요.
근데 2018년 그때, 금메달 걸고도 팬들한테 욕먹었던 거 기억하시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금메달이 면죄부가 안 되는 순간이 있어요.
더 신경 쓰이는 건 이번 대회 방식입니다.
B조(한국·대만·홍콩·태국) 상위 2팀이 슈퍼라운드에 올라가는데, 조별리그 맞대결 결과가 슈퍼라운드에 그대로 승계돼요.
대만전 한 경기가 두 번 계산되는 구조라는 뜻입니다.
지면 그냥 1패가 아니라, 끝까지 따라다니는 1패예요.

곽빈의 숫자, 그리고 곽빈의 이력
다행히(?) 한국 쪽 카드는 숫자가 압도적입니다.
곽빈의 2026시즌 KBO 정규리그 성적은 26경기 155이닝 11승 7패, 평균자책점 2.26으로 리그 1위, 탈삼진 186개로 역시 리그 1위예요.
최고 시속 160km 던지는 파이어볼러고, 국제대회 경험도 적지 않고요.
평균자책점이랑 탈삼진을 동시에 1등 찍어놓고 대표팀 1차전 선발로 나가는 건, 사실 더 고민할 것도 없는 배치죠.

근데 곽빈한테는 개인적인 숙제가 하나 더 있어요.
2022 항저우 대회 때도 대표팀에 뽑혔는데, 대회 직전 담 증세가 와서 한 경기도 못 던지고 돌아왔습니다.
본인이 이걸 계속 안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대만전 선발로 나간다는 걸 대표팀에 발탁될 때마다 들었다. 그런데 막상 실제로 나간 건 2경기 정도였다. 이번엔 제대로 증명해 보고 싶다." / "왕옌청과 올 시즌 만나서 2패했다. 제일 중요할 때 이겨보겠다." — 곽빈 (한스경제)
왕옌청한테 시즌 2패 당해놓고 "제일 중요할 때 이겨보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정작 그 왕옌청이 안 나옵니다.
맥 빠질 만도 한데 상대가 누구든 던지는 건 본인 공이니까요.
어쨌든 이번엔 마운드에 올라간다는 것 자체가 곽빈한테는 4년 묵은 숙제 하나 푸는 겁니다.

한국 쪽 변수는 마운드가 아니라 내야입니다
솔직히 이 경기 진짜 걱정되는 지점은 따로 있어요.
김도영이 9월 9일 소속팀 경기에서 코뼈가 골절돼서 수술받고 보호대 낀 채로 대표팀에 합류했거든요.
본인은 괜찮다고 합니다.
"몸 상태는 좋다. 코 보호대가 시야에 살짝 걸리지만, 의식될 정도는 아니다. 처음 다쳤을 땐 '모든 게 끝났다'는 생각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줄어들었다." — 김도영 (한스경제)
문제는 수비입니다.
류지현호 당초 구상은 김도영 3루에 노시환 1루였는데, 김도영 수비 출전이 불투명해지면서 노시환이 3루로 돌아가고 1루가 비어버렸어요.
대체 후보로 이재현(삼성), 윤동희(롯데)가 거론되는데, 문보경(LG)도 허리 부상이라 백업까지 흔들리는 상황입니다.
선발 예고 기사만 보면 안 보이는 구멍이 여기 있어요.

그라운드 컨디션도 만만치 않습니다.
오카자키 구장은 중앙 126m, 좌우 99m로 잠실이랑 비슷한 대형 구장이에요.
홈런은 잘 안 나오는 대신 빠지면 2루타, 3루타로 직행합니다.
선수들 사이에서 "빠지면 그냥 3루타겠다"는 말이 돌았다는데, 외야수 입장에서 농담이 아니죠.
내야 전면이 흙이라 불규칙 바운드 우려도 있고요.
근데 더 황당한 건, 대회 조직위 운영이 매끄럽지 않아서 대표팀이 경기 전날인 9월 20일에야 실외 그라운드 적응 훈련을 처음 했다는 겁니다.
첫 훈련이자 마지막 훈련.
여기에 제25호 태풍 '두쥐안'까지 북상 중이라 강우 변수도 남아 있어요.

류지현 감독은 이 지점을 오히려 경험으로 받아쳤습니다.
"그라운드 상태와 관련해 코치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내야에 있는 선수들이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경험이 많다. 그래서 국제대회를 맞아 우리 선수들이 더 편안하게 잘 할 거라고 믿고 있다." / "연습 끝나고도 선수들을 향해 우리 것만 할 수 있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 류지현 감독 (OSEN)
준비 자체는 꼼꼼했어요.
9월 15~16일 고척스카이돔 합동 훈련 때 왕옌청과 린위민 투구 영상을 외야 전광판에 띄워놓고 타자들한테 미리 보여줬거든요.
왕옌청이 9월 15일 한화 경기에서 4이닝 5실점으로 던진 걸 보고 "21일이면 날짜가 맞는다"고 등판 시점까지 역산해뒀고요.
근데 정작 나오는 건 영상에 없던 스무 살입니다.
준비를 안 한 게 아니라, 준비한 방향이 어긋난 거예요.

정리하면 이겁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곽빈 쪽이 크게 유리합니다.
평균자책점 2.26에 155이닝 던진 리그 1위 투수와, 프로 드래프트 미지명 후 실업팀에서 2년 보낸 스무 살.
객관 전력이 이 정도로 기울면 보통은 싱겁게 끝나야 정상이에요.
근데 2018년 우성펑 때도 정확히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때 대만은 실업팀 선수 17명에 프로 7명이었고, 전력상 절대 열세라고 모두가 썼거든요.
그리고 1-2로 졌죠.
단기전에서 처음 보는 투수만큼 무서운 게 없어요.

박재현이 나성범한테 들었다는 말이 이 상황에 제일 잘 맞는 것 같더라고요.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 다치는 것도 우선"이라고요.
거기에 2014 금메달 기운까지 받아왔다니까, 일단 그 기운이 오카자키까지 잘 따라왔기를 바랍니다.

경기는 9월 21일 오후 6시 30분,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야구장입니다.
매체마다 오카자키 시민구장, 레드 다이아몬드 스타디움으로 다르게 쓰는데 같은 구장이에요.
5연패 도전의 첫 단추, 슈퍼라운드까지 끌고 갈 한 경기.
린이웨이 초구부터 보시죠.
확정되면 이어서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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